위험한 동거
                       차신재

으스스 춥던 어느 밤
내 허락 같은 건 필요도 없다는 듯
슬그머니 들어 온 그
살짝살짝 내 코를 간지르며 장난을 쳐도
야멸차게 못 밀어내는 내가 만만했는지
아예 둥지를 틀려는 눈치다

반갑지 않은 손님
좋다는 것 이것저것 챙겨 먹이고
힘들어도 달래가며
하루 빨리 떠나 달라 애원 했지만
튕기는 내가 더욱 사랑스럽다는 듯
적극적인 애정 공세를 펼친다

머리에서 발끝까지 쓰다듬는
능란한 그의 애무에
의지와는 상관없이 달아오르는 몸
분하고 수치스럽다는 건 생각 뿐
화씨 100도가 넘도록 뜨거워지더니
주책없이 빨간 열꽃이 핀다
드디어 쭉 뻗고 누워버린다

혼미한 의식 속에서도
그의 목표는
챔피언 타이틀 방어라는 것을 깨닫는다
잘 대접하여 보내려던 내 작전은 실패
이제는 마주 싸워 쫓아내는 길 밖에 없다

지원병을 모두 불렀다
힘이 될 만한 무기도 모두 모았다
영양제 해열제 항생제
의사 남편 아이들까지

잠시 그에게 사로잡혀
혼절하도록 달아오르긴 했어도
동거는 어림없다
비틀거리며 일어나
늘어졌던 세포들을 일으켜 세운다
완전무장!
반격개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