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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무정

2004.11.11 08:58

최영숙 조회 수:119 추천:6

전 돌아왔는데 오라버님 댁은 먼 여행을 떠나셨네요.
예정대로 돌아볼 곳을 다 보고 왔습니다.
북경에서 '김철'이란 시인을 만났는데 전남 곡성 분이시더군요.
용정에서, 연변에서, 중공군으로, 공산당 연극배우로, 무용수로
문화혁명 때에는 옥고도 치르시고, 신문기자로.
전에는 연변 문학회 회장님을 지내셨고 중국의 계관 시인이시라는데
지금은 중국의 중앙문단에 계십니다.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 그렇게 휘말리며 사신 분을 전 처음
만났습니다. 이제는 몸도 많이 상해서 말씀하시기도 힘들어
하셨지만 그래도 시에 대한 사랑은 어찌나 대단하시던지
불편한 몸으로 일어서서 저희들에게 낭송을 해주셨습니다.
그 시의 분위기가 웬지 오라버님의 시를 연상시키길래
돌아와서 여기 올려 보았습니다.  


고향 1

손에
가시가 들어

다치면
아프다

고향, 넌 내
가시 든 살점...


고향 2

그날 밤
너와 나
화로불에 마주앉아

꺼-먼 저가락으로
불탄 고기점-

아픈 추억을 집어 올렸다

고향 3

놋대접 막걸리안에
달이 둥-둥 떠있다

술도 달도
함께 마시고나면

사정없이 내리치는
박달나무북채

아서라, 멍든
내 가슴이 터질라

고향 4

오록골 뒤산
솔잎 긁어 한짐 지고 올 때
누구던가
고 깜찍한 가시내
내 입에
시디신 살구 하나 물려놓고
갑사댕기 쫄랑쫄랑
달아나던 그 떫은 여름

언제나 마음에 걸려
홀로 잠들지 못하는
그리움 하나

거기-
돌배처럼 익어간다


* 고향의 비뚤어진 사립문이 오늘도 반쯤 내 마음에
  열려있네.닫지 못할 추억의 쪽문처럼...
  고향 시리즈는 이 말로 마무리 하면서 끝내셨습니다.
  얼마 전에 고향에 다녀 오셨는데 고향 초입에서부터
  얼마나 울었던지...말끝에서도 한이 묻어났습니다.
  고향은 역시 우리들의 영원한 시제인가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