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우비 내리던 날

2010.09.17 11:37

강성재 조회 수:51

어머니가 남겨둔 한 아름의 가계부를 태웠다
고단한 한세월이 매욱한 연기로 피어 올랐다
눈이 쓰려 나는 눈물인지 슬퍼서 나는 눈물인지 앞이 흐리다
깨알같은 숫자들 안에 빈 곳간을 채우며
새끼들을 보듬어 사셨던 당신의 큰 어깨가
더러는 한줌 재가 되어 세상에 흩어지고
더러는 연기가되어 당신을 따라 하늘을 가고 있다
여우비 오락가락하는 뒷뜰,
당신이 손수 심고 가꾸셨던 고염나무 아래서
당신이 평생 일구어온 귀한 곳간이 타 들어가고 있다
눈물로 만든 당신의 귀한 집을 하늘로 날려 보내며
나는 젖은 목소리로 웅얼 거렸다
가계부 없이도 풍성한 그곳, 당신의 새 집에서
평안 하시라
여우비는 웬종일 오락가락 당신의 빈집을 맴돌았다


시작 노트:어머니 타계 하신지 일년입니다.먼 길 떠나시는 어머니
         배웅도하지 못한 죄가 가슴에 한이되어 어머닐  가슴에 품고 살았습니다.
문득 앉은뱅이 책상에 앉아 가계부를쓰시며
         하루를 마감 하시던 어머니를 생각 했습니다
         이제 내 가슴 속에서 어머니의 가계부를 태우며 어머니를
         보내 드립니다. 가계부 없이도 평안하신 그 곳으로.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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