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9.07 20:55

화려한 빈터

조회 수 261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화려한 빈터/강민경

 

 

내가 갓 태어나

화려한 빈터 하나를 채웁니다

첫 웃음을 배운 백일을 맞아

아비와 어미의 가슴에

사랑의 불을 지르는 일

한순간이라도 떨어질 수 없는

혈육이라는 질긴 인연의 시작입니다

 

유치원으로부터 초등학교

그리고 

중학교에서 대학원을 마치고 나면

반듯한 사회인으로 네 자리 찾아가라며

화살표 없는 길에 세워진 때부터

온실 밖의 나는 혼자, 홀가분해진

세상이 얼마나 외롭고 팍팍한가를

배우는 일

결혼하고 자식 낳아 외로움을

지우는 동안 보이지 않던

내 부모님의 화려한 빈터가

내게도 있음을 깨닫는 일생을 배웁니다

 

빈손으로 시작하여 영원으로 이어질

이 화려한 빈터 중에 하나

나로부터 시작하고 내 뒤까지

펼쳐질 끝 없는

내일은 공평한 질서 가운데

존재하는

나의 자족이며 진실입니다

무슨 무슨 비밀이라도

순리의 이치에 합한

자연스러운

응답에 유력한 개개인으로

채워진 빈터라는 것을

확인하는 평생을 깨웁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49 위, 아래 / 성백군 하늘호수 2023.08.15 240
48 외도 / 성백군 하늘호수 2023.08.22 198
47 천기누설 / 성백군 하늘호수 2023.08.29 210
46 정독, 인생길 / 성백군 하늘호수 2023.09.05 277
45 얌체 기도 / 성백군 하늘호수 2023.09.12 301
44 가을, 잠자리 / 성백군 하늘호수 2023.09.19 197
43 가을 입구 / 성백군 하늘호수 2023.09.26 177
42 우리 동네 잼버리 / 성백군 하늘호수 2023.10.03 157
41 10월 6일 2023년 / 성백군 하늘호수 2023.10.10 164
40 가을 산책 / 성백군 하늘호수 2023.10.17 195
39 풍경 속에 든 나 / 성백군 하늘호수 2023.10.24 243
38 갈잎 / 성백군 하늘호수 2023.10.31 148
37 가을, 담쟁이 붉게 물들다 / 성백군 하늘호수 2023.11.07 194
36 늙은 등 / 성백군 하늘호수 2023.11.14 169
35 단풍잎 꼬지 / 성백군 하늘호수 2023.11.21 151
34 가을 빗방울 / 성백군 하늘호수 2023.11.28 216
33 광야(廣野) / 성백군 하늘호수 2023.12.05 197
32 물속 풍경 / 성백군 하늘호수 2023.12.12 202
31 단풍 낙엽 – 2 / 성백군 하늘호수 2023.12.19 204
30 나목의 겨울나기 전술 / 성백군 하늘호수 2023.12.26 107
Board Pagination Prev 1 ... 105 106 107 108 109 110 111 112 113 114 Next
/ 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