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각지대로 가 주세요
이월란 (2016-6)
빈차라는 사인을 달고
사람 한 대가 발밑에 섰다
내가 손을 들었다고 한다
어디론가 가야만 한다고
그럴리가요?
그렇다면,
“강 건너, 사,각,지,대”
그는 최신식 네비를 달고
블랙박스 같은 두 눈으로 달렸다
본넷트 위로 누군가 튕겨나가지 않는 한
아무도 확인하지 않을 필름이 돌아간다
강은 건넜습니까?
그곳은 보이기 시작했습니까?
이미 도착했다면
지금 막 분양 받고 리모델링을 마친
저, 새로운 사각지대로
다시 가 주세요
기다렸다는 듯, 때가 되었다는 듯, 내가 예감하기도 전에 떠난다.
나만 몰랐을까?
나도, 떠나는 이도 서로가 잘 안다, 아니, 알았음을 인정하게 되는 날이 온다.
서운하고, 미련에 망설이고, 당황스러운 것은 잠시일 뿐
각자의 길을 가야만 한다.
혼자임을, 혼자였음을, 혼자일 것임을 확인하면 그만이다.
한 사람만 있으면 된다고 그랬다.
나를 알아 주고, 기다려 주는 단 한 사람만 있으면
세상은 살만하다, 살 수 있다고 그랬다.
그게 정말 한 사람 뿐이든, 몇 사람이든,
미워하거나 이 갈리게 으르렁대며 어쩔 수 없이 봐야만 하는 웬수같은 사람이라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살아 왔다고, 살아 간다고 그랬다. ( scr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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