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입술에 난 딱지를 떼니 도로 상처다 거기 걸린 젖은 언어가 곪고 있는가 보다 사랑한다는 말도 미워한다는 말도 2. 저물 무렵 딱지같이 해 떨어지니 온종일을 뒤척이던 나무잎들 사이 바람도 서둘러 집으로 향하고 촛점 맞춰지는 렌즈처럼 별들의 눈 선명해진다 저녁이 아침을 보내고 가을이 겨울을 부르고 꽃대가 꽃잎을 떨구고 피해갈 수 없는 것 사람의 인연만이 아니다 사람만이 어쩔 수 없이 헤어지는 것 아니다 사위어 가는 시간의 끝을 잡고 그대에게 용서를 빌고 싶은 밤이면 내 생의 속살 위로도 스멀스멀 가을나무 등피처럼 딱지가 앉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