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김수영
함박눈이 유난히 펑펑 쏟아지던 성탄절 새벽이었다. 전날 진눈깨비가 흩날리더니 내가 소원하던 함박눈이 은 백의 눈꽃을 피우며 날개를 달고 천사처럼 날아다녔다. 유리창을 두드리다 내가 잠든 사이 그 몸이 그만 녹아 눈물만 뿌리고 사라져 간 새벽.
어디선가 조용히 들려오는 종소리가 나의 잠을 살며시 깨웠다. 매일 새벽마다 교회에서 들려오던 종소리는 나의 잠을 깨우는 수면을 방해하는 종소리로 나를 괴롭혀 왔다고 생각했다. 이날 새벽의 종소리는 여느 때와는 달랐다. 평화롭고 아름다운 종소리로 나의 마음을 설레게 해서 나는 잠에서 깨어 일어나 앉았다.
매년 성탄절 새벽마다 성도들이 집집을 돌면서 찬송을 부르며 성탄의 기쁜 소식을 전하는 교회가 많았다. 나는 교회도 나가지도 않는데 삼 년째 어느 교회인지 몰라도 우리집 대문앞에서 찬송을 불러주고 기쁜 소식을 전하고는 사라지는 찬양 대가 있었다. 나는 아름다운 종소리에 잠이 이미 깨어 있었다. 이번 성탄절에도 우리 집에 와서 새벽 송을 불러 주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그 찬양 대를 나도 모르게 기다리고 있었다.
성탄절 새벽에 추위에 떨면서 잠도 설치고 와서 찬양을 불러주는 이들의 따뜻한 마음에 감동하여 나는 장갑을 털실로 여러 켤레 짜놓았다. 선물로 주고 싶어 이들이 올 것을 기다리고 있었다.
"고요한 밤 거룩한 밤 어둠에 묻힌 밤 주의 부모 앉아서 감사 기도드리네 아기 잘도 잔다 아기 잘도 잔다….’ 우리 집 대문 앞에서 조용한 새벽을 가르고 어느 교회 찬양 대가 찬송을 부르며 예수님 성탄을 축하하면서 복을 빌어 주고 있었다. 나는 너무 감사해서 손으로 뜨개질해서 만든 장갑을 한 아름 그들에게 안겨 주며 연거푸 감사하다고 인사를 했다. 낯익은 얼굴이 불빛에 어렴풋이 보였다. 나는 눈을 비비고 다시 쳐다보았다. 분명히 대연이 어머니였다.
나는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감사하다고 말한 뒤 그들을 떠나 보내고 집안에 들어와서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대연이 어머니가 매년 우리 집에 자기 교회 찬양 대를 데리고 와서 새벽 송을 불러 주었다고 생각하니 얼마나 고마운지 가슴이 뭉클했다. 대연이 어머니는 이웃에 사는 중년의 미망인이었다. ‘대연’이란 외아들을 교육 시키며 행상을 하며 어렵게 살아 가는 독실한 기독교인이었다.
그 당시 나는 쓸개 때문에 수년을 고생하다가 세부란스 병원에서 쓸개 수술을 받고 집에서 회복 중이었다. 그녀는 매일 우리 집에 찾아 와서 가사 도우미처럼 집안일을 모조리 맡아 일하면서 나를 극진히 돌보아 주었다. 나는 그때의 고마움을 수십년이 지난 지금도 잊을 수 없다. 이 분은 정말 낫 놓고 기억 자도 모르는 문맹이었지만 나를 울리고만 참된 사랑의 기독교인이었다. 나는그 당시 건강 때문에 교회도 못나가고 마음이 울적한 상태였다.
대연이 어머니의 아가페적인 사랑때문에 내 마음이 녹아 거듭난 기독교이 되었다. 나는 성탄절이 닥아오면 예수님이 이 땅에 죄인들을 구원하려 성육신되심을 축하하고 기뻐하면서 대연이 어머니의 사랑을 되 새기곤 한다.
대연이는 감리교 목사가 되었고 대연이 어머니는 감리교 권사가되었다. 이들의 앞길에 무한한 하나님의 축복을 빌면서 나도 대연이 어머니 처럼 전도 왕은 못 되어도 그리스도의 향기를 나의 삶에서 풍기는 진실한 신앙인이 되어 많은 사람을 늘 전도 하고 싶은 열망으로 기도한다.
한 사람의 헌신적인 사랑으로 예수를 제대로 믿게 된 놀라운 은혜와 축복을 평생 감사 하면서 이 분처럼 남에게 늘 감동을 주는 사람이 되어야 겠다고 한 해를 넘기면서 다짐해본다.
성탄절이 있는 12월을 맞이할 때마다 나는 챨스 디킨스의 ‘크리스마스 캐롤’과 오 헨리의 ‘크리스마스 선물’을 잊을 수 없다. 오 헨리(본명은 William Sydney Porter)의 단편 소설 중 대표적인 작품이 ‘크리스마스 선물(The Gift of the Magi)과 ‘마지막 잎새(The Last Leaf)’이다. 크리스마스 선물은 가난한 부부의 사랑을 그린 감동적인 작품이다. 메이자이(Magi)는 동방박사란 뜻인데 대부분의 한국사람들은 이 단편소설의 영어 이름을 잘 모른다. 물어보면 The Gift of Christmas 나 혹은 The Present of Christmas로 알고 있다. Magi는발음이 메기가 아니다. 대부분의 한국사람은 메기라고 발음하고 있다. 그래서 메기 성경공부란 말까지 나오게 되었다.
예수님 탄생했을 때 페르시아에 살던 동방 박사들(옛날 점성술을 연구하던 천문학자라고도 함)이 보배 합을 들고 예수님께 선물을 가지고 왔는데 황금과 유향과 몰약이었다. 엄청나게 먼 거리에 살던 이들은 페르시아에서 이스라엘까지 낙타 타고 나침판도 없었던 때에 별이 움직이는 대로 따라가다가 별이 멈추어 섰던 곳에 예수님이 계셔서 황금과 유향과 몰약을 선물하고 자기 나라로 돌아갔다. 이 세 가지 선물은 그 당시 매우 값비싼 선물이었다.
오 헨리는 소설 속에 나오는 부인의 머리카락과 남편의 손목시계 줄이 동방박사의 선물 만큼이나 귀중하다고 생각되어서 ‘The gift of the Magi’ 라고 했을 것이라고 나 나름대로 생각해 본다.
우리에게 가장 값진 선물이란 무엇일까? 상대방을 향한 나의 진심과 사랑이 담겨있으면 값진 선물이 아닐까. 이 작품은 성탄절을 맞이한 우리 모두에게 형식과 허식이 아닌 진실한 사랑을 깨닫게 해 주는 귀중한 단편소설이다.
성탄절을 맞아 조용히 우리는 성탄절에 예수님 탄생을 기뻐하면서 예수님께 어떤 선물을 드려야 할까. 우리는 황금과 같이 귀중한 믿음을 드리고 유향과 같이 향내음 풍기는 기도를 드리고 몰약과 같은 부활신앙으로 주님을 기쁘게 해 드리는 것이 가장 값진 선물이라 생각 해 본다.
주님은 누구를 위하여 종을 울리고 계실 까? 길 잃어버리고 방황하는 영혼들을 종을 울리며 부르고 계신다. 새벽에 성탄의 찬송을 부르며 집집마다 돌아다니던 성가 대처럼 오늘도 우리들은 마음마다 마음 문 두드리며 복음의 나팔 종소리를 울려야 하지않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