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에] 철새도 모여서 산다
[LA중앙일보]
조옥동/시인

기사입력: 12.07.10 18:36


철새는 무리 지어 서식지를 옮겨 산다. 계절을 따라 이동하는 새들은 먹이가 풍부한 장소에서 새끼를 낳아 기르고 따뜻한 곳에서 겨울을 보낸다.

즉 북방 번식지와 남방 월동지 사이를 두 번 이동한다. 9000종에 가까운 조류의 대부분이 철새라 하니 철새의 이동은 자연의 웅장한 리듬이라고 할 수 있다. 새털 만으로는 영하의 추위를 견딜 수 없을 뿐 아니라 먹이를 스스로 생산하거나 저장할 수 없어 자연의 먹이를 찾아 떠나지 않으면 안 된다.

철새의 종류는 여름 철새 겨울 철새도 있지만 나그네 새도 있다. 비교적 가까운 지역을 이동하는 나그네 새는 봄이 오면 찾아와 집 주위에서 새끼를 낳고 살다 여름이 지난 후엔 떠난다. 매년 그들이 다시 찾아 올 때마다 반갑고 기특하다. 그들을 위해 무엇인가 베풀어 주고 싶어진다.

서식지를 이동하지 않으면 살 수 없기 때문에 새들이 수천 마일까지 날아간다면 더 나은 환경을 찾아 이동하는 사람도 철새와 다를 바 없다.

삶의 질을 중시하는 현대는 더 나은 직장과 삶터를 위해 수시로 이동하고 교통 수단과 통신의 발달은 그런 이동을 쉽게 만든다.

최근 조사에서 철새들의 이동 특히 봄철 이동이 빨라진다는 것이 발견되었다. 빨리 서식지에 도달하지 않으면 좋은 둥지를 얻지 못하기 때문이라 한다. 평상에서 벗어난 철새들의 모험은 이동 중에 제대로 벌레나 먹이를 얻지 못하는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길 잃은 철새가 생기고 예상치 못한 기후로 희생이 따를 수 있다.

삶이란 결국 소멸의 과정이다. 자연의 생명체는 소멸을 인식하며 소멸에서 오는 결핍을 극복하려는 노력이 본능적으로 작용한다. 생성과 보존을 위한 이런 노력의 과정을 고난이라 말한다. 고난을 최소화하려고 개인은 물론 사회나 국가는 미래와 새로운 것 변화에 대한 준비와 비전을 가져야 한다.

치밀한 계획과 경험이 있어도 한 계절을 건너가는 일 한 시대와 한 세대를 건너가는 일이 단순하고 쉬운 일은 아니다. 연평도에 떨어진 북한의 포탄처럼 우리의 일상을 혼란시키는 예측불허의 캄캄한 밤길을 만나기 때문이다.

지난 1년을 돌아보면 살아 온 삶들은 무형이든 유형이든 또한 심층적인 것이었든 표층적인 것이었든 모두가 어떤 형상을 이루기 위한 세상살이였다. 12월은 1년 간 우리의 손이 수고한대로 2010년이란 어망에 걸린 각양각색의 것들을 셈해보는 시기다.

실망이든 만족이든 무엇인가 발견될 것이다. 불만도 불평도 있을 수 있다. 좀 더 채우고 싶은 간절한 목마름은 현실이고 후회의 눈물도 정직한 마음의 진솔한 표현일 것이다.

큰 것과 온전한 것에서 오는 행복보다는 부족이 주는 안타까움 때문에 오히려 내일의 희망을 심어본다.

우리는 주위에서 어쩌다 길 잃은 철새같은 사람들을 만난다. 정말 무슨 까닭이 있고 무슨 사연이 있을 것이다. 새끼와 형제들과 무리지어 살아가는 철새처럼 우리도 이 계절을 이웃과 함께 모여 따뜻하게 보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