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두 번째 촛불을 켜고

2010.12.09 20:19

조만연.조옥동 조회 수:81 추천:2

열두 번째 촛불을 켜고
                                             조옥동

짙은 안개바다 울먹이는 소리
귀청을 때리고 물러가는 밤
간절한 소망들 창가에 기대어
봄부터 하늘에 박아 놓은 자기 별들을
하나씩 따서 가슴에 담는 계절입니다
누군가 내 별자리에 낯 선 별을 놓았습니다
잃은 것, 잊혀 진 것, 빼앗긴 슬픔과 멀어진 사랑의 별들
찾아 울고 싶은 계절입니다

이글거리던 태양도 얼굴 붉히며 스러지는 끄트머리
멀리 시장바닥을 헤매던 발길들 수런대며  
돌아오는 문 밖에 등불 내 걸고
내실엔 열두 번째 촛불을 밝히렵니다
굳은 무릎을 꺾고 허리 깊게 굽혀 남이 모를
감사와 뉘우침의 두 비단 필을 펼쳐 봅니다
구겨진 자리 반듯이 펴서
영혼의 얼룩을 믿음의 표백액에 담가 보는 일
호흡 있는 자에게 허락하신 은혜입니다

하늘나라 언어들 하얗게 은총으로 내리면
들과 산 모든 세상 깨끗이 알몸으로 눕고
현란하게 비워 둔 도시의 골목까지
먼 하늘 차곡히 채우시며 오시는 위로의 靈은          
죄악과 질병의 자리를 먼저 찾아 선물 하시니
우리의 건강함을 부끄럽게 합니다

자기 몸 사르어 빛이 되는 일  
뜨거운 눈물 끝까지 산화하여 더욱 밝아지는
촛불 하나씩 밝혀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