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차
2010.12.14 08:04
쓰레기차
이월란(2010-12)
쓰레기차가 오는 목요일 아침. 수업 후 집에 오면 9시 50분
어젯밤 착한 나는 분명 쓰레기를 내놓았었고
지나가는 시각이 바로 지금쯤이란 걸 겨우 깨우쳤는데
집으로 가는 골목에 줄지어 서 있는 쓰레기통들이 이상타
어떤 것들은 빈 통으로 넘어져 있고
어떤 것들은 뚜껑을 밀쳐내며 쓰레기를 가득 물고 있다
이건 뭔 시추에이션?
다녀갔다는 거야, 말았다는 거야
차를 세우고 쓰레기통을 확인하러 가며 번개 같이 깨달았다
넘어져 있는 쪽은 우리집 쪽이었고
꽉 차 있는 쪽은 맞은편이었다
오른쪽 왼쪽으로 눈알을 굴린 건 나였다
쓰레기통을 끌고 들어오며
사는 것이 그랬다는 생각이 든다
나보다 한 발 앞서 지나가 버리고, 내가 지나온 다음
확인시켜주듯 뒤따라 온 진실처럼
커피를 들고 컴퓨터 앞에 앉는데 맞은편으로 지나가는 소리 들린다
쓰레기처럼 버리면서 살아왔고
내가 놓친 다음, 또 한 발 늦게 지나가는 진실의 소리
댓글 0
|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 8299 | 이름처럼 / 김영교 | 김영교 | 2010.12.21 | 103 |
| 8298 | 예약된 의자 / 김영교 | 김영교 | 2010.12.21 | 105 |
| 8297 | 겨울정원 | 김영교 | 2010.12.21 | 104 |
| 8296 | 들꽃, 우리들은 | 김영교 | 2010.12.21 | 102 |
| 8295 | 수봉 잠언(秀峯箴言) | 정용진 | 2011.02.05 | 77 |
| 8294 | 아니기를 | 최익철 | 2010.12.21 | 103 |
| 8293 | 눈은 내리는데 | 김영교 | 2010.12.16 | 117 |
| 8292 | 아름다운 여행 | 장정자 | 2010.12.16 | 112 |
| 8291 | 제4 시집 <허허벌판> 평론. 도창회 | 서용덕 | 2010.12.16 | 110 |
| 8290 | 바람에 씻긴 햇빛 / 석정희 | 석정희 | 2010.12.16 | 111 |
| 8289 | 밤 바다 | 김영교 | 2011.01.16 | 61 |
| 8288 | 만남 뒤에 | raphaelchoi | 2010.12.16 | 111 |
| 8287 | 신묘년 신년시/걷는 자만이 앞으로 갈수 있다/정용진 | 정용진 | 2010.12.16 | 111 |
| 8286 | 먼저 웃은 이슬이/한국<시와시>2010년 겨울호 | 조만연.조옥동 | 2010.12.15 | 106 |
| 8285 | 코메리칸 드림/한국<시와시>2010년 겨울호 | 조만연.조옥동 | 2010.12.15 | 110 |
| 8284 | 기다림 그 사이에서 | 김영교 | 2010.12.14 | 108 |
| 8283 | 성탄의 기쁜 소식 | 김수영 | 2010.12.14 | 106 |
| 8282 | 공항대기실 3 | 이월란 | 2010.12.14 | 106 |
| 8281 | B and B letter | 이월란 | 2010.12.14 | 107 |
| » | 쓰레기차 | 이월란 | 2010.12.14 | 1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