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렘브란트의 포옹’ 이 생각나는 계절/'이 아침에' 미주 중알일보
2010.12.25 16:49
‘렘브란트의 포옹’이 생각나는 계절 2010년12월23일자
조옥동/시인
연말이 되면 노래방에 가고 싶다. 눈을 지그시 감고 나 자신의 목소리에 도취해 보는 시간을 갖고 싶다. 애창곡이 어떤 곡이던 대수인가. 부르다보면 눈물로 흐느끼든 아니면 천정이 뚫어지라 소리를 지르든 가슴에 쌓인 응어리를 풀어 낼 몸부림을 해본다. 자신의 노래 속에서 주인공이 된 착각에 빠져본다. 스스로 주인공이 되는 일, 인간은 어차피 자신의 주인공이 될 수밖에 없다.
지난 한 해 동안 헤쳐 온 길의 끝이 보이는 지점에선 인간은 마치 슬퍼지려 사는 것 같다. 수많은 형태의 삶으로 연주된 교향곡 마지막 4악장이 끝나고 있다는 생각과 슬픈 피에로가 되어 막이 내리고 있다는 느낌은 가볍게 걸린 달력의 마지막 장이 던져주는 정서 때문만은 아니다.
크리스마스, 비록 믿음이 없는 사람일지라도 저절로 신앙인이 되어보는 계절이다. 스스로를 돌아보고 잘못을 뉘우치며 누구에게서 용서를 받고 싶은 계절이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부끄러움을 깊이 되새기며 시간을 뒤돌려 놓고 싶다. 경건의 촛불을 밝히고 가족과 형제와 이웃을 위하여 이런 저런 간절한 소망의 기도를 가장 많이 올리는 달이다.
떠났던 신자들이 교회에 다시 돌아와 남모르게 조용히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본다. 작은 사랑이라도 누군가에게 베풀고 그리해서 저지른 잘못을 조금이라도 탕감 받고 싶다. 미처 깨닫지 못한 감사가 새로워 눈물을 또 흘린다. 지나는 나그네일지라도 성탄의 의미가 무엇인지 아기 예수의 출생을 한 번쯤 생각하게 한다. 나를 감싸준 사랑과 온정을 차곡차곡 펼치면 움켜만 쥐고 있는 내 작은 손이 부끄럽다.
나를 찾아가는 달이다. 이파리 하나 남김없이 내어주고 겨울 속에 서있는 나목들 그들의 침묵을 따라 걸어본다.
마음이 착해지는 계절이다. 인간은 타락하기 전의 가장 인간적인 본연의 모습으로 환원하기를 희구한다. 인간은 원래 창조주가 숨결을 불어 넣어 자신의 형상대로 만들었다는 성경말씀을 믿고 싶은 계절이다.
자선냄비 종소리가 울리기 시작하고 거리에 크리스마스 캐럴이 퍼지면 사람들은 사랑을 한잎 두잎 모으며 자신보다 춥고 배고픈 자들을 생각한다. 나에게서 이웃으로 관심이 전이되어 불우한 형제들에 다가 가며 지금까지의 무관심을 부끄러워한다. 남은 것을 주는 일보다 부족한 것을 나눠 가질 때 진정 흐뭇한 기쁨을 체험한다. 서로 외로움을 녹여주고 싶은 따뜻한 달이다.
한 때 하버드 대학교에서 교수직에 있던 헨리 나우웬을 정신지체 장애인 공동체에서 그들을 섬기며 평생을 천주교 사제로 살게 한 것은 화가 렘브란트의 <탕자의 귀향>이란 예술작품이 준 감동 때문이었다. 곧 네 명의 구경꾼들에게 둘러싸여 아버지와 아들의 빛에 싸인 포옹이 강렬하게 그를 사로잡아 하나님 나라에 들어설 수 있는 신비의 창이 되었다고 말했다.
아들을 포옹한 아버지의 왼쪽 손은 힘줄이 두드러진 남자손이고 오른쪽은 매끈한 여자의 손으로, 아버지의 강함과 어머니의 부드러움을 표현한 그림 속에는 화해와 용서, 치유가 함께 담겨있다고 한다.
마음도 기후도 추운 계절 우리 서로 ‘렘브란트의 포옹’을 하고 싶다.
조옥동/시인
연말이 되면 노래방에 가고 싶다. 눈을 지그시 감고 나 자신의 목소리에 도취해 보는 시간을 갖고 싶다. 애창곡이 어떤 곡이던 대수인가. 부르다보면 눈물로 흐느끼든 아니면 천정이 뚫어지라 소리를 지르든 가슴에 쌓인 응어리를 풀어 낼 몸부림을 해본다. 자신의 노래 속에서 주인공이 된 착각에 빠져본다. 스스로 주인공이 되는 일, 인간은 어차피 자신의 주인공이 될 수밖에 없다.
지난 한 해 동안 헤쳐 온 길의 끝이 보이는 지점에선 인간은 마치 슬퍼지려 사는 것 같다. 수많은 형태의 삶으로 연주된 교향곡 마지막 4악장이 끝나고 있다는 생각과 슬픈 피에로가 되어 막이 내리고 있다는 느낌은 가볍게 걸린 달력의 마지막 장이 던져주는 정서 때문만은 아니다.
크리스마스, 비록 믿음이 없는 사람일지라도 저절로 신앙인이 되어보는 계절이다. 스스로를 돌아보고 잘못을 뉘우치며 누구에게서 용서를 받고 싶은 계절이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부끄러움을 깊이 되새기며 시간을 뒤돌려 놓고 싶다. 경건의 촛불을 밝히고 가족과 형제와 이웃을 위하여 이런 저런 간절한 소망의 기도를 가장 많이 올리는 달이다.
떠났던 신자들이 교회에 다시 돌아와 남모르게 조용히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본다. 작은 사랑이라도 누군가에게 베풀고 그리해서 저지른 잘못을 조금이라도 탕감 받고 싶다. 미처 깨닫지 못한 감사가 새로워 눈물을 또 흘린다. 지나는 나그네일지라도 성탄의 의미가 무엇인지 아기 예수의 출생을 한 번쯤 생각하게 한다. 나를 감싸준 사랑과 온정을 차곡차곡 펼치면 움켜만 쥐고 있는 내 작은 손이 부끄럽다.
나를 찾아가는 달이다. 이파리 하나 남김없이 내어주고 겨울 속에 서있는 나목들 그들의 침묵을 따라 걸어본다.
마음이 착해지는 계절이다. 인간은 타락하기 전의 가장 인간적인 본연의 모습으로 환원하기를 희구한다. 인간은 원래 창조주가 숨결을 불어 넣어 자신의 형상대로 만들었다는 성경말씀을 믿고 싶은 계절이다.
자선냄비 종소리가 울리기 시작하고 거리에 크리스마스 캐럴이 퍼지면 사람들은 사랑을 한잎 두잎 모으며 자신보다 춥고 배고픈 자들을 생각한다. 나에게서 이웃으로 관심이 전이되어 불우한 형제들에 다가 가며 지금까지의 무관심을 부끄러워한다. 남은 것을 주는 일보다 부족한 것을 나눠 가질 때 진정 흐뭇한 기쁨을 체험한다. 서로 외로움을 녹여주고 싶은 따뜻한 달이다.
한 때 하버드 대학교에서 교수직에 있던 헨리 나우웬을 정신지체 장애인 공동체에서 그들을 섬기며 평생을 천주교 사제로 살게 한 것은 화가 렘브란트의 <탕자의 귀향>이란 예술작품이 준 감동 때문이었다. 곧 네 명의 구경꾼들에게 둘러싸여 아버지와 아들의 빛에 싸인 포옹이 강렬하게 그를 사로잡아 하나님 나라에 들어설 수 있는 신비의 창이 되었다고 말했다.
아들을 포옹한 아버지의 왼쪽 손은 힘줄이 두드러진 남자손이고 오른쪽은 매끈한 여자의 손으로, 아버지의 강함과 어머니의 부드러움을 표현한 그림 속에는 화해와 용서, 치유가 함께 담겨있다고 한다.
마음도 기후도 추운 계절 우리 서로 ‘렘브란트의 포옹’을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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