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10.07 21:15
가을 두더지
채영선
여름내 마주보던
나뭇가지 마주치는 소리
그날을 예감하고
꼬리 무는 매미 소리
고요와 상념 사이 반짝이던 환상은
거미줄에 매달려 빛나고 있다
툭툭 떨어지던 가을이 유리창 두드릴 무렵
길 찾는 바람 따라
길 찾는 나그네 길을 떠난다
꿈을 향하여 곧은 길
욕망을 향하여 굽은 길
거듭하다보면 어느새
낯선 고향 초입새
밤길 가는 그에게 내일이 있을까
밤길 가는 그에게 먹이는 보일까
내려다보면
약속한 듯 만나는 곧은 길 굽은 길
새벽이 오도록 가보아야
거기가 거긴데
우연과 필연이 빚은 틈새로 밀려드는
날내 나는 소음
호흡이 멈추는 순간까지
틈새를 만들고 있을 것이다 이 밤도
한 번 건드리면 무너지는 길
한 번 밟으면 날아가는 길
눈이 있어 슬픈 가여운 목숨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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