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영선의 문학서재




오늘:
0
어제:
6
전체:
31,040




너의 이름은


나는 너에게, 너는 나에게
변함없는 ‘너’가 되어
함께하고 싶은 것이 인간의 본능일 것입니다
마주치는 눈빛이 짐스러워질 때 인간은
하늘을 바라보는 것 아닐까요
누구나 한번쯤은
꼭 만나고 싶은 인연처럼
그렇게 다가와 침묵 속에 발을 담그고
미쳐 길들지 않은 언어로 부르는
노래와 몸짓이 시가 아닌가 싶습니다
사랑할 수 있는 자유와
자유를 사랑하는 마음이야말로
인간이 가질 수 있는 특권일 것입니다
나아가 모든 호흡이 있는 사물도 소망하는 것이겠지요
더 이상 존재가치가 남아있지 않아도 지켜보시며
이름을 부르시는 하나님을 기억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지나간 시간은 모두 한 폭의 아름다운 그림이지요.
그리움의 대상이 되어 우리의 남은 삶을 풍요롭게 하는
거름이 되기에 충분할 것입니다.
쓰는 자들은 다 쓰지 못하는 자처럼
기쁜 자들은 지나치게 기쁘지 않은 자처럼
맘 한 구석 비어있는 이들에게 둘러싸여 있기 때문입니다.
찬바람 이는 곳에서 구멍 난 가슴을 붙안고
잠들지 못하는 영혼을 위하여 가만가만 읊고 싶습니다.
혼자라는 생각에 더욱 추운 이들을 위하여
얼은 땅에 묻히던 수십 만 생명과 태어나지 못한 눈망울을
위하여 눈물 골짜기로 흘러가고 싶습니다.
........


시집 ‘미안해’ 머리말 중략


images4TS2IV31.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