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어가이
2010.12.26 18:32
투어가이
이월란(2010-12)
손님 여러분
오늘은 창조 직후의 순간입니다
땅 위로 솟은 것들은 모조리 제가 이름 지어 드리겠습니다
흔들리는 세상은 모두 제게 맡겨 주십시오
사막 투어를 할 때는 내가 오아시스이며
사파리 투어를 할 때는 내가 조물주이지요
목마른 땅위를 달리는 창조의 여정은
늘 낯선 호텔방에서 끝이 나지만
야생의 동물들은 내가 지어주는 이름으로만 기억되지요
마을과 마을 사이 길이 없는 그린란드의
이뉴잇처럼 나는 길 없이도 날거나 헤엄칠 수 있죠
자, 보세요
내가 가리키는 손끝에서만 사향소가 튀어나온답니다
마이크를 잡은 두 발로 65 마일의 세월을 지탱해내느라
창조의 고통은 늘 허리에서 온다는 그의 꿈은
좁은 집만 매일 투어 하는 아이 둘과 와이프를 태우고
매일 재생되던 길들을 마이크 없이, 팁 없이
이미 이름을 갖고 사는 아주 오래된 땅을
명단 없이 흔들리며 달려 보는 것이라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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