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에] 희망은 새해의 '선물'           1-8-2011

                                        조옥동/시인


새해에는 기적과 은혜의 뜻이 있다. '황새는 날아서 /말은 뛰어서 /거북이는 걸어서 /달팽이는 기어서 /굼벵이는 굴렀는데 /한날한시에 새해 첫날에 도착했다 /바위는 앉은 채로 도착해 있었다'는 반칠환 시인의 말이 거짓이 아니기에 기적이요 생물이나 무생물이나 또는 부자나 가난하나 크거나 작거나에 관계없이 모든 만물에 차별 없이 찾아오니 은혜이다.

'새해 새 아침은 산 너머에서도 달력에서도 오지 않았다'는 시인의 말대로라면 신년 해맞이나 햇 달력을 거는 일도 소용없을 것이다. 그럼 새해를 보셨느냐고 묻고 싶다. 물론 신년 초하루에도 다음 날도 틀림없이 해는 동쪽에서 변함없이 떠오른다.

햇덩이가 아닌 새해는 아쉬움과 뉘우침과 작별하고 희망과 결단과 손을 잡은 우리의 가슴속에 '얼음장 밑에서도 고기가 숨쉬고 파릇한 미나리 싹이 봄을 꿈꾸듯 새해는 참고 기다린 자'에게 찾아 온 시간의 선물이라고 말하고 싶다.

많은 교회는 섣달 그믐날 밤에 송구영신 예배를 갖는다. 찬양으로 시작하여 예배는 한 시간 가량 회개와 감사 기원과 축복의 순서로 진행되는데 사이사이 성경말씀을 들으며 눈물을 흘려가며 마음속을 씻어낸다. 마지막 또는 끝이란 말이 묘한 감정의 변화를 일으키는 정화반응이 진행되는 동안 과거는 제로로 사라지고 종소리가 신년을 알리면 환호성을 울리며 새해 첫날 첫 순간을 맞는다.

새해의 출발부터 첫 시작은 서로 손을 잡고 축복을 빌어주는 일로 상기된 얼굴에 열린 마음들이 행복하다. 추운 날씨도 푸근하게 느낀다. 어렸을 때 설날은 새신을 신는 날이라 몹시 기다리던 기억이 있다. 새 신을 신으면 더럽히지 않으려고 깨끗한 곳만 찾아 걸었다. 스스로도 새 것이 된 기분으로 나쁜 일은 아예 생각치도 행하지도 만지지도 않으려 했던 순진함이 있었다.

만나는 사람마다 새해의 덕담을 주고받는다. 이런 것이 새해의 멋이며 초심이다. 사람마다 누구나 새해를 맞을 때면 비가와도 눈이 와도 젖지 않는 희망과 소원이 마치 어린 아기를 품에 안고 잇몸에 돋아나는 하얀 이빨을 보듯 설렌다. 희망은 새해에 새로 받는 선물이다.

연구실 입구 게시판엔 '희망을 현실로(Research Turning Hope into Reality)'란 표어가 빛바랜 큰 글자로 써 있다. 몇 년 전 연구의 달로 지정된 때에 택한 표어로 아무도 뜯어내지 않고 지금까지 붙어있다. 매일 오며가며 읽는 사람들의 마음을 새롭게 만드는 힘이 있다. 비록 어제 실험은 실패했어도 목적하는 결과를 현실로 발표하기 위해 오늘은 다시 도전하겠다는 의욕을 일으킨다.

허공에다 손을 펴듯 눈에도 보이지 않던 그 많은 희망 사항들이 하나씩 현실로 실체로 나타날 때가 있다. 실패 앞에서도 포기치 않고 난관을 물리치고 절망을 딛고 일어서는 변함없는 의지와 열정이 목적지에 닿는 가장 빠른 길이며 성공의 공통분모이다.

이런 사실을 증명한 성공한 실패자를 훌륭한 증인들로 세우고 역사는 이들을 위대한 인물이라 기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