퀴리부인과 원전사고/'이 아침에' 미주중앙일보
2011.04.04 18:01
퀴리부인과 원전사고
조옥동/시인
현 세기에 정치문제보다 더 심각한 문제를 몰고 온 것은 20세기 전반에 발달한 핵물리학이라 할 수 있다. 요즘의 키워드는 원자력과 방사능 물질이다. 1896년 우라늄처럼 방사선을 내쏘는 성질을 최초로 ‘방사능’이라 말한 사람은 폴란드의 물리학자 마리 퀴리였다.
1867년 마리 퀴리가 태어날 당시 폴란드는 러시아의 지배 밑에서 교육에 대한 억압이 특히 심했다. 러시아의 장학사가 학교 시찰을 나오면 학생들은 폴란드어 교과서를 숨기고 러시아어 교재를 펼쳐야 했다. 머리 좋은 마리는 러시아 시찰단 앞에서 러시아말로 황제의 이름과 역사를 철자하나 틀림없이 답변하였고 그들이 돌아가면 슬픔을 이기지 못해 엎드려 울었다고 한다. 한국이 일본의 식민지로 억압을 받을 때 한글과 우리말을 못 쓰게 언어 말살정치를 강행했던 조국의 형편과 같았을 것이다.
교육자 집안에 태어난 마리는 일찍 부모를 잃고 가정교사를 하며 공부를 한다. 폴란드는 여성교육에 소극적 환경임에도 그는 열심을 품고 23세에 파리 소르본느 대학에 입학한다. 겨울에 석탄을 살 수 없을 만큼 가난하여 제대로 먹지도 못해 기절한 때도 있었다. 고생 끝에 물리학 학사시험에 수석으로, 수학 학사시험에 차석으로 합격하는 영광을 얻고 1894년 청년 피엘 퀴리를 만나 2년 후 결혼을 한다.
부부공동 실험으로 1898년에 우라늄보다 400배의 방사능을 가진 ‘폴로늄’(Po;조국 폴란드를 상징)을 1902년엔 역시 강력한 방사능 물질 ‘라듐’을 1톤의 역청 속에서 0.1그램 얻었다. 실로 뼈를 깎는 연구 결과였다. 훗날 퀴리부인은 그 폐허 같은 건물 속에 마련된 연구실에서의 생활이 생애에서 가장 행복했다고 기록했다.
1543년 코페르니쿠스가 발표한 지동설을 불씨로 갈릴레이가 제1의 과학혁명을 했다면 퀴리부부는 물리학자 렌트겐과 베크렐이 X레이 같은 빛을 발견한 기초에서 방사능을 발견하여 제2의 과학혁명을 이룬 것이다.
부부는 베크렐과 공동으로1903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고 대학에 처음으로 방사능 강좌가 생겨 퀴리부인은 실험실 주임이 된다. 1906년 4월19일 남편 피엘이 프랑스 아카데미 회원으로 첫 회의에 가던 도중 교통사고로 사망하여 대학은 남편의 강좌를 이어받게 하고 후에 소르본느 대학 개교 후 최초의 여교수가 되었다. 같은 해 ‘라듐과 폴로늄 발견으로 화학에 대한 공헌과 라듐의 성질 및 화합물의 연구’로 다시 노벨 화학상을 받는다. 딸 이레느 퀴리의 수상까지 더하면 한 집안에서 3번 노벨상을 받았다.
1914년 제1차 세계대전이 일어나고 퀴리부인 자신도 X선 진단 팀을 조직하여 치료 방법을 교육하고 야전병원에서 부상병을 직접 치료했다. 그는 전쟁이 얼마나 고통스럽고 무서운지를 회고했다. 1932년에 조국 폴란드를 방문하는 날 폴란드 공화국 대통령 우측에 앉는 영광의 금의환향을 했다. 말년엔 평생 방사능을 쏘여 백혈병을 앓다 1934년 66세에 돌아갔다.
라듐의 발견과 그 응용은 암 치료와 응용화학 발전을 위한 큰 업적이나 식민지 땅 폴란드의 빈곤한 환경을 극복하고 승리한 한 여인의 혼신을 쏟은 연구 활동이 더 위대해 보인다. 하지만 방사능을 이용한 핵물리학의 발전은 때로 가공할 공포의 대상이 된 현재 마담 퀴리가 살아 있다면 어떤 생각을 할까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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