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인숙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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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2016.11.07 12:56

슬픔대신 희망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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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슬픔 대신 희망으로
                


                                                                         홍인숙(Grace)
    

    
며칠 전, 장례식에 갔었다.
두 아이를 가진 삼십대 초반의 여인이 잠자듯이 떠나간 것이다. 너무도 갑작스레 떠난 그녀도 안됐지만

딸을 앞세워 보낸 부모의 오열과, 어린 두 아이의 울먹이던 모습이 망막에 어른거려 가슴이 메어 온다.

아무도 예측할 수 없는 것이 죽음이라지만 무엇이 그리 급해 황망히 떠났던가.
매일 비춰지던 햇살에도, 같이 앉아 도란거리던 자리에도, 잔잔했던 그 말 속에도 이제 그녀는 없다.
그 목소리, 그 몸짓, 쓸쓸한 여운만을 남긴 채 여인은 그렇게 무심히 떠나갔다.

"안녕하세요?" 평범한 이 일상의 인사가 참으로 소중한 의미로 다가온다. 풀잎에 반짝이는 햇빛,

햇살 가득 넘실대는 먼지의 입자들, 꼭지만 틀면 금세 "쏴!"하고 쏟아지는 수도물소리, 바람소리...

하늘 아래 존재하는 모든 것들이 살아 있는 사람들만의 자랑스런 소유로 다가온다.

[지금 너와 내가 살고 있는 이 오늘은 / 죽어 간 사람들이 다 하지 못한 그 내일이다.  
그리고 지금 너와 내가 잠시 같이 하는 이 오늘은 / 우리 서로 두고 갈 그 내일이다.]
조병화 님의 시를 읽으면 더욱 오늘의 소중함을 느끼게 된다.
  
매일을 살면서 그 순간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면 용서하지 않을 수 없다.
뼛속까지 스며드는 외로움까지도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 모두 언젠가는 떠나가는 것. 내가 떠난 후, 어떤 모습으로 남편과 아이들에게 남겨질까.
내가 차지했던 자리, 나의 손길이 머물던 화초 잎 하나에도 그들은 나를 떠올리며 아파하겠지.
얼마 동안일까. 그들의 가슴에 그리움으로 남아 있을 날들이.
아내를 떠나 보내고 잘못해 준 것만을 기억하며 회한의 눈물을 흘릴 착한 남편과, 연약한 두 아이의

가슴에 외로움의 멍울로 남게 될 생각을 하면 차라리 그들에게서 빨리 잊혀지고 싶다.
  
언젠가 그들의 곁을 떠나는 날, 한 점 슬픔 대신 먼 훗날 다시 만나 반길 한 자락 희망으로 남고 싶다.
열심히 살자. 어제 떠난 사람들이 그토록 애타게 그리던 내일인, 바로 이 오늘을.

(1995년 한국일보 '여성의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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