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인숙의 문학서재




오늘:
31
어제:
312
전체:
487,488


수필
2016.11.07 13:24

아침이 오는 소리

조회 수 164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아침이 오는 소리
                            


                                                                                홍인숙(Grace)


                            

아침이 오는 소리가 들립니다.
새 빛이 어둠을 헤치고 내려오면, 산과 들에 누워 있던 풀잎까지도 일제히 일어나 반기는 소
리, 사람들의 부산한 움직임 소리, 갑자기 시끌법석 쏟아지는 말소리, 샤워장의 물소리, 스토브의
물 끓는 소리.... 아침은 그렇게 밤의 정적을 깨고 신선한 소리로 다가옵니다.

긴 밤을 잎새마다 절망했던 잔디에도, 수많은 사람들의 희로애락이 스며든 길섶에도 그리고 햇
살과 입맞춤을 기다리는 봄 꽃망울에게도, 방울방울 이슬로 내려옵니다.
밤새 내린 비로 촉촉히 젖은 담장에 한줄기 햇살로 모락모락 김을 일구며 찾아온 아침은 행복
입니다.
따뜻한 커피 한 잔에 감미로운 바이올린 곡이라도 듣고 있으면, 더 없이 아름다운 아침의 장을
열 수 있습니다.
큰 저택이 아니어도, 주머니가 가득 차지 않았어도, 가슴 깊이 맺혀 있던 상처가 되살아나도,
어제 떠나간 사람들이 갈망한 이 아침을 오직 살아 있다는 특권 하나만으로 소유한다는 것은 언
제나 가슴 벅찬 행복입니다.
  
아침은 설레임입니다. 그 옛날 사랑했던 사람이 불쑥 나타나 옛 이름으로 불러 줄 것 같은, 어
디에선가 반가운 편지 한 통이 날아들 것 같은, 사지도 않은 복권이 당첨되어 꿈같은 일 이 벌어
질 것 같은, 이 아침은 잔잔한 설레임으로 다가옵니다.

아침은 희망입니다. 아침은 하루의 시작이며 시작은 늘 희망을 동반합니다.
끝이 보이지 않는 긴 암흑이 턴넬을 외로움으로 지나면서도, 오늘 이 아침이 있으므로 비로소
미소 질 수 있는 명분을 얻을 수 있습니다.
시한부 인생을 사는 사람이 이 아침을 얻으므로 또 한날을 잃는다해도 실망하지 않음은 다시
한번 실같은 용기로나마 일어설 수 있는 희망이 있기 때문입니다.

나는 아침의 이 모든 것을 사랑합니다.
비록 해가 지면 다시금 절망이 스며든다 해도 포기하지 않음은, 언제나 정직하게 다가오는 아
침이 있기 때문입니다.


< 1995년 한국일보 / 여성의 창>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홍인숙(Grace)의 인사 ★ 1 그레이스 2004.08.20 1815
268 수필 창을 열며 홍인숙(Grace) 2016.11.07 91
267 수필 사랑의 열매 홍인숙(Grace) 2016.11.07 112
266 수필 자유로움을 위하여 홍인숙(Grace) 2016.11.07 92
» 수필 아침이 오는 소리 홍인숙(Grace) 2016.11.07 164
264 수필 박 목월 시인님 홍인숙(Grace) 2016.11.07 139
263 수필 사월이면 그리워지는 친구 홍인숙(Grace) 2016.11.07 105
262 수필 또 다시 창 앞에서 홍인숙(Grace) 2016.11.07 92
261 수필 나눔의 미학 홍인숙(Grace) 2016.11.07 109
260 수필 삼월에 홍인숙(Grace) 2016.11.07 190
259 수필 아버지의 훈장(勳章) 홍인숙(Grace) 2016.11.07 107
258 수필 둘이서 하나처럼 홍인숙(Grace) 2016.11.07 127
257 수필 슬픔대신 희망으로 홍인숙(Grace) 2016.11.07 96
256 반 고흐가 그리워지는 날 홍인숙(Grace) 2016.11.02 180
255 반 고흐의 해바라기 홍인숙(Grace) 2016.11.02 113
254 가로등 홍인숙(Grace) 2016.11.02 115
253 가끔은 우울하다. 그리고 외롭다 홍인숙(Grace) 2016.11.02 118
252 시인 세계 <중앙일보> 홍인숙 시인, ‘행복한 울림’ 출판기념회 홍인숙(Grace) 2016.11.02 146
251 내 안에 가득찬 언어들 홍인숙(Grace) 2016.11.01 107
250 비상을 꿈꾸다 홍인숙(Grace) 2016.11.01 113
249 시인 세계 <평설> 홍인숙의 시집 행복한 울림을 읽고 - 성기조 홍인숙(Grace) 2016.11.01 266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17 Next
/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