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인숙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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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2016.11.07 13:28

사랑의 열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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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의 열매

  


                                                                   홍인숙(Grace)
    

    
햇살 하나가 살며시 커튼 사이로 들어와 아직도 졸고 있는 사물들을 깨우고 있다.
창 밖을 보니 며칠 간 질금거리던 빗줄기가 눈이 시리도록 청명한 하늘 뒤로 숨었다. 거실에는 하얀 장미 열두 송이가 솜털 같은 안개꽃에 싸여 어제보다 더욱 성숙한 모습으로 아침을 반기고 있다.
  
오랜만에 식탁에 앉았다. 뽀얗게 울어 난 곰국에서 김이 모락모락 오르고 있다.
북어찜, 멸치볶음, 마른나물 등 푸짐한 식탁을 마주하고 수저를 드는 순간 가슴이 메어 온다.
  
오랫동안 요통으로 시달려 왔다. 이제는 익숙해질 만도 한데 한 번씩 발병하면 그때마다 그 괴로움은 생경스럽게 다가온다. 그래도 한동안은 신기할 정도로 잘 지냈다. 몸이 덜 아프니 조금씩 사는 재미도 나는 것 같았다.
욕심을 내어 허리 강화는 물론, 성인병에도 준비를 한다는 마음으로 운동기구를 샀다. 운동 삼일 째, 드디어 문제가 발생하였다. 말썽 많던 허리관절에 무리가 와서 허리는 물론, 다리통증까지 유발하게 된 것이다. 순식간에 다가온 고통은 움직일 수도 없고, 잠을 잘 수도 없을 만치 혹독히 엄습해 왔다. 의사의 말로는 관절에 염증까지 생겼다는 것이다.  
  
주부가 앓고 있으니 순식간에 빨래도 밀렸고, 집안 구석구석 먼지 쌓이는 것도 잠깐이었다. 푸르름을 잃지 않던 화초들도 기운을 잃었고, 강아지도 목욕을 못해 칭얼거린다. 누워 있어도 마음이 편치가 않다.
무엇보다 가족들의 식사 문제가 걱정이었다. 사내아이들은 엄마가 아파도 무심한 듯 했고, 남편도 '며칠 저러다 말겠지' 하는 듯 아침에 출근하면 밤늦게 귀가하여 저녁상 차려 주기만 기다리는 것 같았다.
모든 것이 서운하게 느껴졌다. 몸이 아프니 외로움이 엄습해 오고 그 외로움은 서러움을 유발하여 결국엔 나 자신과의 싸움을 치르고 있는 것이다.
  
어느 날, 가깝게 지내는 교회 친구가 와서 내 모습을 보고는 즉시 여러가지 음식을 마련해 왔다.
그 후, 많은 교인 분들이 찾아 오셔서 위로와 기도를 해 주셨다. 다녀가신 분들은 교대로 국도 끓여 보내주시고 여러가지 음식도 많이 보내 주셔서 금세 국밥집을 차려도 될 정도였다.  
  
입맛은 없었지만 잘 끓여진 국이며 맛깔스러운 반찬을 대하니 자꾸 눈물이 난다. 나 같이 작은 것을 하나님의 사랑 안에서 귀하게 대해 주시는 교인 분들. 그 감사함과 정성에 한없이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나 자신을 돌이켜 보았다. 그 동안 나의 이웃사랑의 빈약함이 너무나도 부끄럽다. 하나님께서 내게도 이웃을 살피고 사랑을 베풀게 하시려고 이런 연단을 주셨구나 생각하니 그분의 사랑에 감사가 넘친다.
  
귀한 이웃은 우리의 삶의 고운 무지개이다. 밤이면 홀로 투병하여도 아침이면 그 밝은 햇살만큼 아름다운 사람들이 아름다운 마음을 나누어 주어 결코 외롭지 않기 때문이다.
나의 이웃들, 그들의 사랑에 감사하며 앞으로의 나의 삶도 더불어 살아가는데 부끄럽지 않도록 많은 사랑의 열매를 맺으리라.


              
              (1999년 4월 크리스챤 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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