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인숙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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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2016.11.07 13:29

창을 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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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을 열며 


                                                                 홍인숙(Grace)




생각해 보니 세월이 참 많이 흘렀다.
중학교 때 백일장에 나가 서툰 시를 써낸 후 문학소녀의 꿈을 키우게 된 그때, 시제가 바로  
'창' 이었다.  어린 마음에 '가을'  '삶'  '이별' 등  문학적이고 로맨틱한 시제가 나오려니 예상했다
가 '창' 이라는 딱 한 글자를 받아 들고 무척 난감해 했던 기억이 난다.

그후 결혼을 하고 태평양을 건너와 긴 세월 사는 것에 골몰하여 그 때의 일을 까맣게 잊었을
즈음, 모 일간지의 '여성의 창' 이라는 수필 난을 맡게 되어 오랜만에 글을 쓴다는 행복감에 젖어
본 적이 있었다. 그 때에도 나는 '창'이라는 글자에 이상한 인연을 느꼈었다.
그리고, 또 다시 몇 년이 지난 지금. 예전보다 더욱 크게 밀려오는 일상에 얽매어 당황해 하고 있
을 때,  [크리스챤 타임즈]의  '열린 창'과 만나게 되었다.

내게 잊어버릴 만 하면 큰 의미로 다가와 잠시라도 나를 둘러싼 삶의 굴레에서 벗어나게 하고,  
잊고 있었던 글을 쓸 용기를 주는 것,  그때마다  '창'이란 제호가 있는 것이 웬지 우연만은 아니
게 느껴진다 .

창가에 서면 언제나 가슴속 깊이 잔잔한 설레임이 밀려온다.  그 설레임으로 창을 열면 아름다
운 자연이 바닷물처럼 쏟아져 들어온다.
하늘과 구름과 햇살, 바람과 빗방울들.  계절을 바꾸어 가며 피는 꽃들과,  새들의 신선함 움직
임. 또 밤하늘을 밝히는 달과 초롱초롱한 별들의 속삭임... 그 외 숱한 것들을 바라보며 우리는 살
아 있음을 느낄 수 있다.
또 창조주가 주신 아름다운 세상에서 더불어 사는 사람들, 그들의 삶을 보면서 받는 여러가지
교훈으로 온몸 가득 보슬보슬 쏟아지는 삶의 재미를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나는 극도의 개인주의 시대에 편승하여 창문을 꼭꼭 닫고 살고 있다.
단절된 세계에서 얻어지는 것이 무엇일까. 자만은 더욱 큰 자만으로 다가와 멸망을 자초하고,
외로움은 더욱 큰마음의 상처를 남기며, 괴로움은 걷잡을 수 없는 고통과 번민만을 남길 뿐이다.
홀로 스스로의 최면에서 허우적거릴 때 얄밉게도 세월은 기다려 주지 않고 빠른 속도로 자기의
갈길 만을 재촉할 뿐, 결국 나는 후회라는 빈 껍질만을 공허하게 두손에 쥐고 있을 것이다.

창은 내 스스로가 열어야만 열리는 것이다.  
이제 새해를 맞이하여 새로운 각오로 과감히 창을 열어야겠다.
큰 심호흡으로 탐욕과 아집, 편견으로 빚어지는 불협화음을 말끔히 씻어 내고 겸허한 마음으로
하나님께서 주신 모든 것을 감사히 누리며 이웃과 더불어 남은 생을 의미있게 살아야겠다.

이제 '열린 창'을 쓰면서 밤잠을 설쳐 가며 꼭꼭 숨어 있는 언어들과의 숨바꼭질이 시작될 것이
다.  그것은 생각만 해도 끔찍한 스트레스로 다가온다. 하지만 두려워 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나도 긴 동면을 벗고  [크리스챤 타임즈]의 '열린 창'을 통하여 많은 사람을 만날 것이다. 그것
은 신선한 충격이고 솔직히 설레는 기다림이기도 하다.  
나는 그분들의 서슴없는 충고와 격려, 사랑 속에서 나의 신앙을 점검하고 오랫동안 나태했던
자신을 돌아보며 스스로를 성숙하게 만들 수 있게 되는 좋은 기회를 갖게 되기를 바란다


(1999년 1월 크리스챤 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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