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인숙의 문학서재




오늘:
32
어제:
312
전체:
487,489


수필
2016.11.10 07:56

최선을 다하는 하루 

조회 수 177 추천 수 0 댓글 1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최선을 다하는 하루  /  홍인숙(Grace)
    

  

며칠 더위가 계속 되었다. 특별히 하는 일 없이 나날을 보냈다.
내 특유의 게으름이 일조를 하였지만, 그건 분명히 갑자기 찾아와 사람을 무력하게 만든 더위 때문이라고 핑계를 대고 싶다. 도무지 일이 손에 잡히지 않은 상태에서, 하루하루 미루어 둔 일이 한 두 가지가 아니었다.

유난히 더위를 타는 남편을 위해, 아침부터 오이냉국을 준비하느라 채칼을 사용하다 그만, 손가락을 다치게 되었다. 사람의 마음이란 참으로 간사한 것이다. 손을 자유롭게 쓸 수 없게 되니 왜 그렇게 하고 싶은 일들이 많은지.. 그동안 미루어 왔던 일들이 한꺼번에 다 하고 싶은 욕망으로 밀려오는 것이었다.
진작에 해 둘 것을...후회가 되었다.

오래 전, 적지 않은 돈으로 세계문학전집과, 한국문학전집을 장만하고는 한가할 때를 기다리며 책장에 꼽아 두었었다. 이제 비로소 시간적인 여유가 생겨, 기다리던 때가 되었다고 마음을 먹고 책을 펼치니 어느새 시력이 떨어져 자유롭게 읽을 수가 없었다. 그만 때를 놓친 느낌이다.

우리의 삶도 매일을 보장받을 수 없음을 깨닫게 되었다. 때를 기다리다 영원히 그 때를 잃어버리지 말고 하루하루 나의 건강과 여건이 주어졌을 때 최선을 다 하여야겠다.

하루를 시작하는 것은 매일 주어진 깨끗한 백지 앞에 마주 선 것과 같다고 한다. 게으르게 흰 종이 그대로 하루를 접는 사람과, 그 백지에 여백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보람있는 삶으로 꽉 채우는 사람 중, 나는 어떤 사람인가 스스로를 반성해 본다. 그동안 살아오면서 아깝게 버린 흰 종이가 얼마나 쌓였을까 새삼 나의 게으름이 부끄럽다.

내일은 희망이다. 희망은 기다리는 것이다. 분명 그 내일이 있으므로 오늘의 역경도 감수할 수 있다. 그러나 무모하게 내일에 의존하다가 자칫, 오늘을 헛되이 보내지는 않았는가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오늘에 최선을 다하고 반성하며 살 때에 더욱 보람있는 내일을 맞이하게 될 것이리라.

우연히 다친 손가락이 잊고 있었던 진리 하나를 깨닫게 해준 하루, 오늘 나는 어떤 모습으로 이 새로운 흰 종이를 장식할 것인가.



    (1999년 한국일보 / 여성의 창)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홍인숙(Grace)의 인사 ★ 1 그레이스 2004.08.20 1815
48 수필 마르지 않는 낙엽 1 홍인숙(Grace) 2016.11.10 80
47 수필 삶의 물결에서                                                               3 홍인숙(Grace) 2016.11.10 196
46 수필 최선의 선택 1 홍인숙(Grace) 2016.11.10 106
45 수필 추수 감사절의 추억 1 홍인숙(Grace) 2016.11.10 144
44 수필 그리스도 안에서 빚진 자   1 홍인숙(Grace) 2016.11.10 125
43 수필 소나기  1 홍인숙(Grace) 2016.11.10 156
42 수필 노을길에서 1 홍인숙(Grace) 2016.11.10 155
41 수필 나이테와 눈물  1 홍인숙(Grace) 2016.11.10 172
» 수필 최선을 다하는 하루  1 홍인숙(Grace) 2016.11.10 177
39 수필 행복 찾기  1 홍인숙(Grace) 2016.11.10 151
38 수필 오해 1 홍인숙(Grace) 2016.11.10 169
37 수필 검소한 삶이 주는 행복 1 홍인숙(Grace) 2016.11.10 251
36 수필 진정한 문학을 위하여 1 홍인숙(Grace) 2016.11.10 391
35 수필 나를 부르는 소리 2 홍인숙(Grace) 2016.11.14 254
34 수필 비워둔 스케치북  1 홍인숙(Grace) 2016.11.14 165
33 수필 그리움  2 홍인숙(Grace) 2016.11.14 208
32 단상 그림이 있는 단상 / 폴 고갱 2 홍인숙(Grace) 2016.11.14 810
31 비 오는 날 2 홍인숙(Grace) 2016.11.21 257
30 하늘 2 홍인숙(Grace) 2016.11.21 161
29 이명 耳鳴 1 홍인숙(Grace) 2016.11.22 192
Board Pagination Prev 1 ... 8 9 10 11 12 13 14 15 16 17 Next
/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