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거인 피천득 교수님/4주기를 맞아 추모의 글                                               金秀映      교수님은 아들 둘과 딸 모두 삼 남매를 슬하에 두고 계셨다. 교수님은 딸 서영이를 무척 사랑하셨다. 옆에서 지켜보노라면 좀 도가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사랑하셨다. 초등학교 다니는 서영이를 학교에 데려다 주시고 하교 때에는 교문 밖에 서서 기다리시다가 서영이를 집으로 데려오시는 것이었다. 큰 아드님이 피천득 교수님의 반대에도 영화 연극과를 전공하겠다고 대학에 들어갔을 때 몹시 못마땅해하셨다. 그 당시만 해도 연예인들을 별로 좋게 생각하지 않던 시절이었다. 교수님 기대에 어긋난 전공과목을 택했다고 불만을 말씀하시곤 했다. 그래서 말 잘 듣는 서영이를 더 사랑하게 된 것이 아닌가 하고 나 나름대로 생각해 보았다. 서영이를 너무 편애하시는 것 같아 민망스러울 정도였다. 아드님이 안쓰럽기까지 했다.       나는 교육부(그 당시 문교부)로 부터 고등학교 이급 영어 정교사 자격증을 받아들고 고등학교 교사로 취직하기 위해 동분서주할 때였다. 모교에 발령을 받을 것인가 다른 고등학교로 갈 것인가 고심하고 있을 때였다.     하루는 교수님께서 저를 부르셔서 고등학교 교편을 잡는 것보다 Peabody English Language Center가 사범대학 부설로 세워졌는데 그곳에서 미국 피버디 사범대학교에서 오신 교환교수 밑에서 전임 강사로 영어 발음학과 영어 언어학(Linguistics)교습을 받아 영어과 1학년을 가르치라고 하셨다. 일년 후  미국 유학을 갔다 와서 본교에 영문학 교수가 되도록 최선을 다 해 보라고 고무적인 격려의 말씀을 아끼지 않으셨다.     같은 반 영어과 졸업생들은 고등학교에 영어교사로 모두 취직을 했지만  나는 고등학교 교편을 포기하고 대학교에 남기로 하고  피천득 교수님의 추천을 감사히 생각하며 꿈에 부풀어 열심히 영어과 1학년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었다     일 년 후. 미국 컬럼비아 대학교에 유학 가기 위해 수속을 준비하던 중 건강 검진에 걸려 미국 유학을 포기해야만 했다.       오랜 세월이 지난  지금 뒤돌아보면 피천득 교수님께 고마움과 동시에 죄송한 마음 금할길없다. 하지만 대학교수가 되어 달라는 교수님의 기대를 모두 충족시켜 드리지 못했지만 늦게나마 수필가로 등단하게 됨은 전적으로 교수님께서 저에게 문인의 길을 걸을 수 있도록 초석이 되어 주신 은사로서의 은공을 잊을 길이 없다.     가까이서 지켜본 교수님은 성품이 참 소탈하시고 검소하셨다. 만년 소년처럼 피안의 세계에 사시는 분 같았다. 키가 작으만 하시지만 셰익스피어 강의를 하실 때는 정말 작은 거인이셨다. 같은 대학 국문과를 졸업한 김남조 시인을 무척 아끼시고 사랑하셨다. 성품처럼 글도 간결하면서도 학처럼 기품이 있다. 교수님이 쓰신 여러편의 시간운데 교수님은 <너>란 시를 무척 아끼시고 좋아하셨다. 아사코와의 세 번의 만남과 헤어짐을 쓴 수필 <인연>으로 유명한 명 수필가로 이름이 났다.     교수님의 차남이신 피 수영 울산의대 교수는 선친을 경기도 남양주시 모란공원에 안장하고 일주기때 교수님 묘 옆에 <너>를 새긴 시비를 세웠다.   ‘눈보라 헤치며/날아와//눈 쌓이는 가지에 나래를 털고//그저 얼마동안/앉아 있다가//깃털 하나/아니 떨구고//아득한 눈 속으로/사라져가는/너’     나는 <후회>란 시도 좋아한다.     지난날을 뒤돌아보면 내 인생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두 분이 계신다. 한 분은 나에게 문학의 길을 열어주신 고 피천득 교수님이시고 또 다른 한 분은 나에게 신앙의 길을 열어주신 우리나라 애국지사이신 고  스코필드 박사님이시다. 오늘의 나를 있게 만든 이 두 분은 각기 다른 분야에서 괄목할만한  업적을 남기셨다. 나의 삶에 보석처럼 빛나는 스승들로서 일생 잊을래야 잊을 수 없는 귀한 분들을 가까이서 모실 수  있었던 것은 나에게 큰 축복이고 영광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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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41 염색 이월란 2011.05.10 46
8540 이월란 2011.05.10 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