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11.23 12:57
새벽을 기다리는
- 산딸나무 꽃
소담 채영선
소문을 들었어
차갑도록 아름답다고
클레오파트라 눈이라고
꼭 다문 입술도 그림 같다고
보러갈 수 없는 게 가슴 아렷어
올킫, 신비스런 이름을 외우고 되뇌었지
들여다보이는 긴 상자에 담아 선물한다는 말도
꽃대 끝에 물병을 매단다는 이야기도
전설이었지
닮고 싶어서
갈고 닦았어, 진한 쑥빛 나뭇잎을
눈 꼬리가 매몰찬 꽃잎은
풀 먹여 다이아몬드 만들었지
늦은 밤 공원 길 비춰줄까 해서
연두 빛 눈동자 까칠하지만 화가난 건 아니야
내내 웃고 있어야 하니까
허리를 꺾어 옷깃에 달아도 괜찮아
귀밑머리 뒤에 꽂아도 좋아
기억하겟다는 거니까 용서해 줄게
향기 없다고 관심 없는 게 아니라는 걸
믿어 준다면
그믐달이 올 때까지 곁에 있고 싶어, 올킫처럼
시집, <미안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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