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11.23 13:02
상추
소담 채영선
두 손 모으고 기도하고 있어요
몇 겹 옷 벗어 홑홑한 몸으로
쏟아지는 하늘 올려다보면
금빛 햇살 한 아름 넉넉하지요
부지런한 아침 이슬로
투박한 밥상에 잔치 열어주고
초라해져도 상관없어요
땡볕에 벌서는 벼이삭보다
얼마나 행복한지요 나는
여섯 폭 치마 나풀거리다가
저물 녘 찾아오는 소슬바람에
쓸모없는 대공이로 스러져도 좋아요
사진발은 비켜가도 괜찮아요
뽕잎이 노래지면 생각이 나겠지요
새참 바구니가 그리 좋아하던 나를 말이죠
시집, <미안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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