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11.23 13:18
그날
소담 채영선
어쩐 일로
당신이 만든 무지개 세상
그토록 아프게 떠나셨나요
굶주림보다 헐벗음보다
더 슬픈 것은
버림받는 것임을
하늘도 해도
등 돌린 그날
한 몸 의지할 둥지 하나 없어
영문 밖 바위 산 갈보리에서
핏발 선 눈길에 찢기시며
온몸 깃발로 던지셨나요
목숨까지 내어주신
당신의 연민
죄악의 땅 피로 적신
다함없는 사랑
거둘 수 없는 진노도
피할 수 없는 사랑도
창백한 낯으로 주춤주춤 물러났지요
다시 살아옵니다
상한 십자가에 배인 부르짖음
엘리엘리 라마 사박다니
어둠 속에 잠든 영혼 위하여
순종으로 끝끝내 보여주신 길
돌아갈 내 본향, 하늘 아버지의 집
시집, <미안해>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