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1208112934561.jpg


 상실의 아픔 딛고 13년 만에


의사 시인 기영주씨의 2번째 시집 ‘사막의 염소’가 출간됐다. 2002년의 첫 시집 ‘맨해턴의 염소’에 이어 역시 염소의 이야기들이다.

양은 평화와 풍요에 길들여져 있다. 늑대로부터 목동들의 보호를 받으며 살지만 파란 하늘은 보지 못한다. 반면 염소는 뿔은 있으나 늑대를 만나면 쓸모가 없다. 그대서 늑대를 피해 부드러운 풀이 있는 초원이 아닌, 바위절벽에서 억센 풀을 뜯으며 파란 하늘을 보며 산다.

사람을 양과 염소로 나눌 경우 시인은 염소이다. 수련의로 뉴욕에서 미국생활의 첫발을 디딘 시인은 맨해턴에서 길 잃은 염소로, 30년 살아온 남가주에서는 사막의 염소로 자신을 나타내고 있다.

‘바쁜 사람들 사이에서 밀리며 콘크리트 보도를 걷고 있는 염소, 그의 뿔을 누가 무서워하랴. 오래 전에 용도 폐기된, 그러나 버릴 수 없는 유산…’(염소의 뿔), ‘길을 가다가 그림자가 갑자기 없어지면 보이지 않는 국경을 넘은 것이다. 우리는 그 순간 유령이 된다…’(맨해턴에 있는 국경) 등에서 시인이 느끼는 이방인의 슬픔, 고통 등을 잘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시인은 좌절하지 않을 뿐 아니라 크나큰 상실감도 극복한다. 어느 겨울, 큰 아들을 잃은 시인은 그 아픔과 잘못 살아 왔다는 생각에 시도 쓰지 못하고 아들에게 남겨주기 위해 가꾸었던 정원도 황폐하게 내버려 두었으나, 결국 지상에서의 정원은 아들에게 물려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 ‘바람이 쉬어가고 햇빛이 놀다가고 허수아비가 와서 춤추는 곳. 나는 이 아득한 정원에서 한 시절 살다가 떠나는 나그네’(나그네의 정원)임을 깨닫고 스스로를 치료한다.

그는 “누군가 이번 시집을 읽고 가슴에 와 닿았다고 해준다면 다음 시집을 내겠다”고 했는데 이민자라면 누구나 사막의 염소 이야기가 바로 우리의 이야기임에 공감치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기영주의 문학서재 바로가기 여기 클릭 하세요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64 닭장 옆 탱자나무 file 관리자_미문이 2012.08.08 231
163 6.25 전쟁수기집-집으로 file 미주문협 2019.10.28 229
162 김영교 수필집- 그리고, 소중한 기억들 file 미주문협관리자 2015.10.27 227
161 문학의 숲과 나무 file 미문이 2005.04.29 227
160 김영강 소설집-무지개 사라진 자리 [1] file 미주문협 2019.08.19 226
159 함께 있어 우리는 행복합니다 file 미문이 2006.08.01 226
158 강신용 수필집 '3초의 미학' file 미주문협 2017.03.06 225
157 한국 위안부 주제 장르별 창작 문집 file 미주문협관리자 2015.04.25 225
156 엄마되어 엄마에게 file 미주문협 웹도우미 2014.10.11 224
155 <사랑별에서온 아이> 오디오 북 선정 / 이정순 동화작가 file 미주 2023.10.22 219
154 노스캐롤라이나의 밤 file 미주문협 웹도우미 2013.09.04 219
153 김경년 한영시집-시력검사 file 미주문협 2018.01.15 218
152 이정길 수필집 '평일에는 놀고 주말에는 쉬고' file 미주문협 2017.04.24 217
» 기영주 시집-사막의 염소 file 미주문협관리자 2016.11.24 217
150 『그리움 뿌리에 보듬고』 이초혜시조집 file 미주 2024.01.10 215
149 유봉희 선생님 유고집『왼손의 드레』 [1] file 미주 2023.09.29 214
148 이성숙 수필집-보라와 탱고를 file 미주문협 2019.08.04 214
147 <문학세계> 제 16호 file 미문이 2005.01.18 214
146 뿌리와 날개 file 관리자_미문이 2012.09.04 213
145 미주 한국소설 file 관리자_미문이 2011.11.06 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