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방식 4. 에 등장하는 여자가  팥빙수를 먹는다
카키색 체크남방에 카키색 바지를 입은
색깔 만큼 은은한 남자와 함께 먹는다
자리가 없어 어쩔 수 없이 합석한 마음여린 남자
혼자 먹기 미안했던지 1회용 그릇에 자기 것을 덜어
동공이 풀린 여자한테 건넨다
먹지는 않고 흘러내리는 팥보다
늘어지게 끈끈한 응어리를 우물대는데
무엇이 그리 안타까운지
여자 쪽으로 팥빙수 그릇을 자꾸만 밀어준다
여자가 소담스럽게 퍼 올린 빛깔 고운 관심이
드디어 여자의 목젖을  타고 흥건히 젖어 내린다
미처 끄집어내지 못한 여자의 넋두리
비로소 시원해지고
여름은 저만치 멀어져 가는데
다가올 여자의 또 다른 계절은 아직  묘연하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