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수 261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한계령을 위한 연가


                                  문정희

 
한겨울 못 잊을 사람하고 한계령쯤을 넘다가
뜻밖의 폭설을 만나고 싶다


뉴스는 다투어 수십 년 만의 풍요를 알리고
자동차들은 뒤뚱거리며
제 구멍들을 찾아가느라 법석이지만
한계령의 한계에 못 이긴 척 기꺼이 묶었으면


오오 눈부신 고립
사방이 온통 흰 것뿐인 동화의 나라에
발이 아니라 운명이 묶었으면


이윽고 날이 어두워지면
풍요는 조금씩 공포로 변하고
현실은 두려움의 색채를 드리우기 시작하지만
헬리콥터가 나타났을 때에도
나는 결코 손을 흔들지 않으리
헬리콥터가
눈 속에 갇힌 야생조들과 짐승들을 위해
골고루 먹이를 뿌릴 때에도
시퍼렇게 살아 있는 젊은 심장을 향해
까아만 포탄을 뿌려대던 헬리콥터들이
고라니나 꿩들의 일용할 양식을 위해
자비롭게 골고루 먹이를 뿌릴 때에도
나는 결코 옷자락을 보이지 않으리


아름다운 한계령에 기꺼이 묶여
난생 처음 짧은 축복에
몸 둘 바를 모르리



문협월보  <12월의 시>작품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166 나쁜엄마-고현혜 오연희 2017.05.08 184
1165 새분(糞) 작은나무 2019.03.12 184
1164 C. S. ㄱ. ㄹ. 의 조화(調和) / 필재 김원각 泌縡 2019.08.19 184
1163 시조 동반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1.02.23 184
1162 인생 성백군 2012.02.10 183
1161 내일은 꽃으로 피어난다 윤혜석 2013.06.30 183
1160 산동네 비둘기 떼 / 성백군 하늘호수 2017.07.16 183
1159 기회 작은나무 2019.06.22 183
1158 파도에게 당했다 / 성백군 하늘호수 2020.12.10 183
1157 시조 봄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1.03.08 183
1156 시조 점촌역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1.05.19 183
1155 2021년 12월의 문턱에서 / 성백군 1 하늘호수 2021.12.21 183
1154 시조 봄볕/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2.03.19 183
1153 Exit to Hoover 천일칠 2005.02.19 182
1152 해바라기 백야/최광호 2005.07.28 182
1151 10월의 제단(祭檀) 성백군 2014.11.07 182
1150 두 마리 나비 강민경 2017.03.07 182
1149 하와이 단풍 강민경 2017.10.24 182
1148 길 떠나는 가을 / 성백군 하늘호수 2019.11.08 182
1147 저 건너 산에 가을 물드네! / 필재 김원각 泌縡 2019.12.04 182
Board Pagination Prev 1 ... 51 52 53 54 55 56 57 58 59 60 ... 114 Next
/ 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