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쥐를 장사지내던 날

                                               조옥동

밤새 창밖에 누가 피를 토했다  흙이 발갛게 물들고 구름이 우울한 베일을 덮고 있다  이리저리 접힌 골목을 펼쳐 다림질 하다  제한 속도 45마일 65마일 30마일로 길은 계속 변화를 명령 한다  사형대위에 엎드린 새끼손가락만한 사형수의 모습을 영사 하는 머릿속엔 수많은 명령으로 아우성이다  출구가 없는 탈출은 비극을 가두어 놓고 속도위반 티켓이나 받을 것 같다

  접시저울위에 생각을 올려놓다  무형의 무게는 무한인가 절대 제로인가 확인을 하기 전, 첫째 생쥐의 몸무게 7.1g 꼬리 없고 젖꼭지가 보이고, 둘째 것은 꼬리 달리고 젖꼭지 없고, 7.6g 을 달다  급히 가스실로 옮겨 질긴 생명줄에 매달린 시간들을 자르다  오케스트라의 전주곡이 끝나 듯, 모든 것의 마지막은 1분 안에 끝나다
실험일지는 ‘생후 스물 여드레 살아 늙은 두 마리 생쥐에 해부 형을 선고함. 검거 사유 모년 모월 모일 특별 제조된 DNA가 주입된 어미로부터 출생  간, 허파, 쓸개, 콩팥, 심장, 뇌, 창자 오장육부 그리고 잘라낸 두 다리뼈까지 탈수 액에 절이는 형을 집행함.’ 하루의 사건 기록이다
의식을 잃은 고통, 감각조차 몰수당한 주검을 핀셋으로 챙겨 생략된 미완의 생을 비닐주머니에 염하다  애곡하는 자 하나 없이 장지는 영하 20도 냉장고에 하관을 마치다  때때로 침묵만으로 죽음은 혁명의 단초였음을 기억하며

모태 속 생명들, 출생에 선택의 자유와 변론의 권리가 있었던가  인간의 질병퇴치와 의학을 위한 헌신으로 죽음을 강요받은 유전자 인공 변이된 생쥐의 운명, 인간의 성공 방정식으론 운이 모자란 탓이다  사람이 똑같은 인간이 아니고 생쥐가 똑같은 쥐가 아닌데, 서로 다른 얼굴들 주검이 겹치는 순간 하나 되는 경건, 언제나 시간의 죽음은 가장 큰 가르침을 주다

하루 일을 잊으려 서두르는 귀가길, 어둠이 두터운 입술로 연속 말을 걸어오고, 뉘의 그림인지 떨리는 겨울가지 위에 홀쭉한 반달 아슬아슬 매달려 있다  흐느껴 흐르는 불빛 속에 차들은 연속으로 침몰하다

가늘고 짧고 작은 것의 가냘픈 순명順命이 영원한 업業이 될 수 있다고, 별들이 하루 일을 기록한 골목길 두루마리를 차곡차곡 접고 동백나무 옆 자목련은 파르르 속눈썹을 뜨고 있다  뉘의 자비인가  내일 태양은 아름다운 스펙트럼 펼쳐 솟을 터이고, 온전한 위로를 모르는 동백꽃 스러져 눕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