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지지 않는 말 한마디 / 부고필라
2011.06.15 02:38
잊혀지지 않는 말 한마디 / 김영교
오리농장을 하는 친구가 있다. 무척 사랑하던 집오리가 어느 날 야생오리 떼를 따라 집을 나갔다. 자식처럼 키운 가출한 오리 두 마리가 얼만큼 시일이 지나 네 마리의 야생오리를 거느리고 금의환향 하자 돌아온 탕자를 반긴 친구의 기쁨을 들었다. 야생 먹이 사냥에 훈련이 안된 그 오리는 다시 들어올 수밖에 없었을까.
뒤뚱거리며 농장을 안내하는 풍경이 너무 평화스러워 보이더라고 친구는 대견해 했다. 주인과 가축의 관계 이상이었다. 사랑의 보금자리를 벗어날 수 가 없었던 것은 사람이나 짐승이나 마찬가지인가 보다,
옆집에 애답지 않은 딸애를 가진 가족이 이사를 왔다. 물들까 염려하며 그 애와 못 놀도록 우리 애들을 격리시키려 했다. 이 소문 나쁜 아이는 어쩌다가 우리집 강아지와 친해지더니 주일이면 어김없이 우릴 따라나선다. 시간이 가면서 변화되어 가더니 빨갛게 물감 드린 머리는 자취를 감추고 짧고 짧은 옷차림뿐만 아니라 말씨와 걸음걸이에까지 그 변화의 범위를 넓혀 갔다. 물론 담배도 끊었다고 들었다. 염불 같은 이상한 음악도 더 이상 담 넘어 들려오지 않았다.
나는 많은 것을 느끼면서 나의 편견이 무너지는 소리를 들었다. 단 둘이 살던 엄마가 재혼을 하자 딸아이는 상처를 입고 반항하기 시작했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숙제도 도와주고 먹을 것도 가져다주며 동생처럼 돌봐준 우리 집 두 녀석이 대견스러웠다.
물든 것은 이웃아이였다. 아무도 야생오리들의 입성을 상상 못했고 이웃 애의 변화도 예측 밖이었다. 이처럼 사람이 살아가다 보면 변수가 있을 수 있다는 말이다. 사랑이란 바구니 안에서는.
"엄마, 엄마는 왜 우리가 그애 나쁜 물 든다고 생각해요? 그애가 우리 좋은 물 들면 되지..."
큰 녀석의 대화 한 마디가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
많은 세월이 흐르고 어른이 되어 소식이 끊긴 채 떠나간 그 아이. 그는 지금 어떻게 됐을까?
그애를 돌보아주던 우리집 큰 애는 주님의 아들로 세움을 받고 애정어린 목회자가 되어 Pasadena에 있는 One Voice Church를 개척하고
문제가정들을 상담하며 한 인간, 한 영혼의 신앙 성장을 돕는 목회에
헌신하고 있다.
여호와 닛시!
댓글 0
|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 8659 | 아버지 날에 / 김영교 | 김영교 | 2011.06.20 | 46 |
| 8658 | 중국 김영희 수필 작품해설 | 김우영 | 2011.06.18 | 57 |
| 8657 | 왜 그랬을까 | 장정자 | 2011.06.18 | 56 |
| 8656 | 황금빛 키스 - 김영교 | 김영교 | 2011.06.29 | 50 |
| 8655 | 강릉서 살던 간나 | 최익철 | 2011.06.17 | 56 |
| 8654 | 왕복없는 하늘길 / 석정희 | 석정희 | 2011.06.17 | 60 |
| 8653 | <토요연재> 침묵의 메아리 23 | 김영강 | 2011.06.17 | 62 |
| 8652 | 이 땅에 사는 우리 | 김학천 | 2012.08.01 | 60 |
| 8651 | 자존심 | 성백군 | 2012.07.22 | 61 |
| 8650 | 단풍 | 이상태 | 2012.10.28 | 65 |
| 8649 | 고아심주(固我心柱) | 유성룡 | 2011.06.15 | 62 |
| » | 잊혀지지 않는 말 한마디 / 부고필라 | 김영교 | 2011.06.15 | 61 |
| 8647 | ○ 흐흑 흙 | 이주희 | 2011.06.14 | 60 |
| 8646 | 치통-반성- | 안경라 | 2011.06.14 | 56 |
| 8645 | 결별 | 이상태 | 2011.06.13 | 68 |
| 8644 | 무심히 지나치면 그냥 오는 봄인데 | 강민경 | 2014.04.11 | 48 |
| 8643 | 한국일보 창간 42주년 기념 축시 | 정국희 | 2011.06.12 | 58 |
| 8642 | 켄터키 옛집 | 최상준 | 2011.06.11 | 59 |
| 8641 | 겨울 바다 풍경 | 이상태 | 2011.06.10 | 60 |
| 8640 | <토요연재> 침묵의 메아리 22 | 김영강 | 2011.06.10 | 6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