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길 끝에서 / 김영교

2011.06.29 03:01

김영교 조회 수:62 추천:2

어두워지고 있었다 창 밖에는 비 뜨거운 가슴에는 시 고즈넉한 밤 천지가 내려앉는 비(悲)소식 일본 쓰나미 참사, 리비아의 전쟁, 미국의 토네이도 극으로 치닫는 지구촌의 아비규환 사라진 별 녹원의 천사* 부평초의 생노병사 그 유무의 길 이 밤, 시 한줄 난산하고 있는 산모 여기에 인정사정없는 싹쓸이 거대한 힘 불보다 더 무서운 저 부드러운 칼이여 이참에 잘라내라 그 고질의 통증 뿌리를 공평한 폐허, 그 완벽한 몰수 불임의 땅은 씨앗 한톨 품으려 몸부림 하늘 껍질이 벗겨지고 있다 구름 뒤에 있는 창세전 그 여전한 햇빛 자궁출혈이 멎지 않는 해변마을에도 사라진 그 길 끝에서 저 푸른 시(詩)자식들 걸어나온다 중앙일보 5/31/2011(화) / 실수로 끝 3줄이 빠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