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모른다
초가지붕에 널린 빨간 고추가
차마 못 잊는 향수가 되는 길을
우리는 모른다
가난이 거룩한 목숨인 것도
땅에 엎드린 기도가
하늘에서 이루어지는 것도
말씀이 육신으로 빛으로 생명으로
진리로 와서 길이 되는 이치도
죽음에서 다시 사는 기쁨도
우리는 아직 모른다
꽃에 대하여
바람에 대하여
끝없는 어둠에 대하여
눈물 고일 뿐
뜬눈으로 서서 불어야 할
황금나팔을 잊은 지 이미 오래다
동에서 서으로 가는 해처럼
말구유에서 골고다까지
분명하게 가신 이
땅에서 하늘로 올라
저녁노을 펴 어루만져 재워주시고
새벽을 깨우며 동터오시는
목숨의 주인이
우리의 소망인 것도
우리는 아직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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