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앞마당에
우리 집 앞마당에
오렌지나무 한 그루와
자카란다 한 그루가
남매처럼 다정히 서 있다
오렌지나무는 이사 오기 전부터 있었지만
자카란다는 내 환갑에 아내와 함께 심었다
이 집의 전 주인은 미국이름을 가진 김 사장이고
그의 부인은 인기연예인 염복순 씨인데
그 부부는 집을 팔면서 집 자랑은커녕
오렌지 맛은 세상에서 제일일 거라고
내 귀에 못을 박았다
이 오렌지 맛을 본 내 누이는
이런 나무를 제 집에도 심고 싶어
가지를 꺾어다가 심어놓고 영양분을 주어보고
자라기를 기다렸지만 어림도 없는 일이었다
씨가 있으면 오죽이나 좋으련만
사반세기가 흐른 어느 날 아내의 입에서
오렌지 씨 하나가 나왔는데, 호기심에 싸여
곧 바로 누이 집으로 실려가서 화분에 심기어져
얼마나 누이 속을 달구는지 온몸을 달구더니
드디어 싹이 나왔다고, 싹이 나왔다고
누이 속까지 오렌지가 되는가 싶은 것이다
우리 집 앞마당 자카란다는 해마다 그 오렌지 맛을
고운 보라꽃빛 눈치로 전해 주는데
새 다람쥐 고양이들과 오렌지 맛을 아는 우리들 곁에
하늘을 찌를 듯 쭉 뻗은 일곱 그루의 상록수는
마당 가에 넓고 긴 그늘이랑 바람을 내려
온 몸을 시원하게 간지러주는구나
이런 것들에 둘러싸여 하늘을 우러르면
저 하늘 끝에 우리 집 앞마당이 또 하나 펼쳐 있고
거기 물끄러미 내가 서 있다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635 | 믿는자의 가을은 | paulchoi | 2017.09.08 | 9102 |
634 | 3.1 정신 | paulchoi | 2018.02.24 | 7324 |
633 | 시편 9편 | 최선호 | 2016.12.04 | 7124 |
632 | "오월은 계절의 여왕" [3] | 최선호 | 2018.05.21 | 2832 |
631 | 싱가포르 북미회담의 성과 [1] | 최선호 | 2018.06.12 | 2093 |
630 | 6.25와 아가페 [1] | 최선호 | 2018.06.03 | 1509 |
629 | <평론> 미주 한국문단의 개관- 최선호 | 최선호 | 2016.12.09 | 762 |
628 | 참고문헌 | 최선호 | 2016.12.04 | 646 |
627 | <시 감상> 좋은 시 읽기 - 정희성 한영옥 김모수 이근배 최선호 시인 | 최선호 | 2016.12.09 | 569 |
626 | 표절설교/은혜설교 [1] | paulchoi | 2017.06.12 | 536 |
625 | <평론> 전희진 시집 로사네 집의 내력 - 최선호 | 최선호 | 2016.12.09 | 527 |
624 | <연구> 히브리문학애의 접근- 최선호 | 최선호 | 2016.12.08 | 496 |
623 | 시편 119편 | 최선호 | 2016.12.02 | 496 |
622 | "시편의 시학" -최선호 | 최선호 | 2016.12.09 | 495 |
621 | 시편 16편 | 최선호 | 2016.12.04 | 484 |
620 | <평론> 민족시인들의 면모 - 최선호 | 최선호 | 2016.12.09 | 480 |
619 | <평론> 송몽규와 윤동주의 항일투쟁 - 최선호 | 최선호 | 2016.12.09 | 469 |
618 | □평론□ 기독교문학 창달을 위한 제언 - 최선호 | 최선호 | 2016.12.09 | 468 |
617 | <평론> 목회자 최선호 시인의 삶과 문학 - 조옥동 시인, 문학평론가 [1] | 최선호 | 2016.12.09 | 441 |
616 | 시편 6편 | 최선호 | 2016.12.04 | 43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