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호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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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광야曠野


 

                            이육사(李陸史 1904-1944)

 

 


A. 까마득한 날에
    하늘이 처음 열리고
    어데 닭 우는 소리 들렸으랴.

 

B. 모든 산맥山脈들이
    바다를 연모戀慕해 휘달릴 때도
    차마 이 곳을 범犯하던 못하였으리라.

 

C. 끊임없는 광음光陰을
    부지런한 계절季節이 피어선 지고
    큰 강江 물이 비로소 길을 열었다.

 

D. 지금 눈 내리고
    매화梅花 향기香氣 홀로 아득하니
    내 여기 가난한 노래의 씨를 뿌려라.

 

E. 다시 천고千古의 뒤에
    백마白馬 타고 오는 초인超人이 있어
    이 광야曠野에서 목놓아 부르게 하리라. 

  

「광야(曠野)」는「청포도(靑葡萄)」와 함께 이육사의 대표작으로 알려져 있다. 이 시인은 일제치하에서 옥고를 겪으면서 조국의 광복(光復)을 소원해 왔다. 일제에 저항하는 삶 자체가 그 인생의 전부였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그래서 그를 윤동주와 함께 저항시인으로 우리 詩史는 외치고 있다.

 

  5 연 15 행의 이시는 현대 자유시(內在律)이며 조국 광복으로 내달리는 꿈과 의지가 점철되어 있다. 이 시인이 처한 현실을〈지금 눈 내리고〉로 알 수 있다. 여기서의〈눈〉은 일제의 침략 · 압박을 상징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매화 향기 홀로 아득하니〉도 이 시인이 처해 있는 현실이다. 여기서〈가난한 노래의 씨를 뿌려라〉는 조국의 내일을 내다보는 의지를 강하게 나타내고 있는 갓이다. 

 

  일제의 억압 속에서 독립의 기운이 감돌고 있는 현실을〈매화 향기 홀로 아득하니〉로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부분을 역사주의적 관점으로 보면 일제의 침략과 조국의 광복을 상징적으로 은유하고 있는 부분이다. 

 

  A연〈까마득한 날〉은 과거, D연은 현 시점, E연〈천고의 뒤〉는 이 시인이 기다리는 미래임을 알 수 있다. 여기서 살아 움직이는 역사성을 발견하게 된다. 이런 광야曠野에서 이 시인이 기다리는〈백마白馬 타고 오는 초인超人〉이야말로 우리 민족 모두의 염원이다.
                
  A연의〈까마득한 날〉날은 태초太初를 말한다.〈하늘이 처음 열리고〉는 개천開天 즉 역사의 시작을 말한다.〈어데 닭 우는 소리 들렸으랴〉는 닭이 어디서 울었느냐는 물음이라기 보다는 설의적設疑的으로 '어디서도 생명이 약동하는 소리를 들을 수 없었다'를 강조하는 표현이다.

 

  B연은 의인법의 활용이 잘 나타나 있다.〈범(犯)하던〉은 "범하진"의 안동 사투리.〈이곳을 범하던 못하였으리라〉의 '이곳'은 광야이다.〈차마 이곳을 범하던 못하였으리라〉에서 신성불가침神聖不可侵의 '광야'임을 나타낸다.

 

  C연의〈부지런한 계절이 피어선 지고〉와〈큰 강물이 비로소 길을 열었다〉에서 활유법活喩法의 표현을 본다. A-C연까지 역사의 태동과 발전이 점층적으로 나타나 있다. 위에서 말한 대로 D연은 현재 일어나고 있는 변화의 의지를 노래한다. E연은 미래를 향한 단단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끝 부분의〈하리라〉는 사동 조동사이다. 여기서의 광야는 넓은 들(廣野)의 뜻이 아니라, 인적이 없이 아득하게 너른 허허벌판의 '빈들(曠野)'이다. (2003. 12 「미주시문학」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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