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12.09 05:49
<촌평>
序歌
李根培 (1940-)
가을의 첫 줄을 쓴다
깊이 생채기 진 여름의 끝의 자국
흙탕물이 쓸고 간 찌꺼기를 비집고
맑은 하늘의 한 자락을 마시는
들플의 숨소리를 듣는다
금실 같은 볕살을 가슴에 받아도
터뜨릴 꽃씨 하나 없이
쭉정이 진 날들
이제 바람이 불면
마른 잎으로 떨어져 누울
나는 무엇인가
잃어버린 것과 산다는 것의
뒤섞임과 소용돌이 속에서
쨍한 푸르름에도
헹궈지지 않는 슬픔을
가을의 첫 줄에 쓴다
자기존재의식에 집착하고 있다. 가장 무성하고 욱어진 녹음을 이루어야 했을 인생의 여름을 생채기로 얼룩진 삶을 살고, 가을에 맑은 하늘의 한 자락을 마시는 들풀이 바로 자기 자신이다. 꽃씨 하나 없이 쭉정이 진 날들을 살아온 자신은 쨍한 푸르름에도 헹궈지지 않는 슬픔을 안고 있다.
이런 자신의 삶을 첫 가을에 절절히 고백하는 서럽도록 맑은 가슴을 훤히 내비치고 있다. 전연 16행의 봉투구조의 형식에 높은 서정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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