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다이얼 / 김영교

2011.08.03 18:06

김영교 조회 수:44 추천:1

금년 봄 우리 두 내외는 서울에 3주 다녀왔다. 외아들인 남편이 출타한 그 사이에 어머니는 손주 며느리를 앞세워 양로병원을 물색해 놓으셨다. 20년 동안 정든 보금자리와 이웃을 떠나기까지 어머니 스스로 오죽이나 궁리가 많으셨을까 싶다. 침대며 가구, 옷 부엌살림, 책등 골고루 필요한 이웃들에게 정표로 나누어 주며 정리하셨다. 병력(病歷)이 있는 나를 염두에 두고 하신 결단이었고 오래 벼르고 별러 내리신 처사 같았다. 문득 사람의 마음은 수많은 주파수를 가진 라디오 같다는 생각을 했다. 더러는 경음악, 더러는 뉴스만, 또 더러는 클라식 음악만 또 더러는 복음만을 전하는, 개성 있는 정체성 하나로 구별되고 구분되듯이 말이다. 어머니는 양로병원이란 곳으로 마음의 방향을 잡아 다이얼을 손수 맞추어 고정시켜놓고 계셨던 것이다. 각막이식 거부반응으로 시력상실의 불편함 가운데 그 길이 최상의 길이라 본인이 내리신 안전 최선의 결정이었을 게다. 시내에 위치하고 있는 양로병원은 단층 건물이다. 햇볕이 잘 들어오고 흰 벽에 문도 커 밝고 깨끗하다. 마침 평생을 섬기던 교회도 가깝고 친구 권사님들이나 성도님들의 방문이 쉬운 거리에 위치하고 있어 여간 다행한 일이 아니다. 한국인 스탶들과 한국인 입주환자들도 꾀나 되어 음식도 한식, 언어도 모국어가 가능하니 편하지 않는가. 내가 섬기는 우리 교회 교구목사님은 벌써 여러 번 방문 오시어 예배를 함께 드렸다는 어머님의 전언이 있었다. 또 기도 후원자 훌러턴의 동신교회 당회장 손목사님의 오킷 화분과 그분의 미니 예배가 무척 고마웠노라 말씀 전하실 때는 글썽이기 까지 하셨다. 어머님은 예민한 청각의 축복으로 복음방송을 즐겨 청취하신다. 라디오 코리아도, 라디오 서울도, 시간에 맞추어 늘 경청하시어 많은 정보를 접하시며 세상 견문도 퍽 넓으신 편이다. '천국이 따로 없어, 먹여주고 씻기고 입혀주는 여기가 천국이지’를 되 뇌이며 방문 온 어머님 친구 딸 최쥬디권사를 안심시켰고 실제로 잘 적응하고 계셔 주위 사람들이 그나마 안도하게 되었다. 믿음으로 받아드리고 순종하는 모습이 구김살 없는 어린애 같으시다. 왜 불편함이 없겠는가 말이다. 어머니 머리맡에는 라디오 두 대가 있다. 지난 주말 함께 병문안 온 후배 메리윤권사가 밤에도 들을 수 있는 기독교 방송 라디오를 선물로 가져왔기 때문이다. 나 스스로도 서울의 저명한 목사님 말씀이 24시간 지속적으로 방송되는지를 몰랐다. 방송선교를 목적으로 다이얼이 고정되어 있는 이 기독교 방송을 통해 서울과 이곳의 목사들의 은혜로운 설교를 접할수 있는 터였다. 수도 없이 많은 방송국 중에 이것도 저것도 다 건너 뛰어 기독교 복음 전파 방송에만 다이얼이 고정된 이런 라디오 방송국이 있다는 게 얼마나 고마운지, 꼭 어머님 같은 처지의 청취자를 위해 존재 하는듯한 맞춤방송이란 느낌마저 들었다. 방송을 통해 찬송을 들으신다. 말씀을 들으신다. 듣는 순간 예배시간 처럼 기쁨으로 찬송을 따라 부르시기도 한다. 4절까지 암송하는 찬송가도 꾀 많으시다. 그렇지 못한 나의 게으름을 나는 부끄러워한다. 어머님은 육신의 불편함과 늙음에 다이얼을 맞추지 않고 기쁨과 감사와 경배의 말씀에 주파수를 고정시켜놓고 계신다. 자유로운 선택이시다. 하루 왼 종일 진행되는 방송을 경청하시는 모습을 뵈올 때 꿀송이 젖을 갈망하는 말씀에 배고픈 어른 아기 같다고나 할까. 나도 늙으면 말씀 의지하고 살기를 소망한다. 은혜를 끼치는 말씀 중심의 방송사역이 이렇듯 외로운 영혼들에게 커다란 소망의 리소스가 되고 있음은 놀라운 축복이 아닐 수 없다. 방송사역이, 방송선교가 베푸는 생명방송이 지역사회에 꼭 필요한 유익과 혜택을, 무엇보다도 영혼 살리기는, 아무리 감사해도 모자랄 것 같다. 마음의 시선을 예수님께 고정시킨 어머님의 믿음을 목격하고 돌아올 때면 어머님이 차지한 좁은 공간이 은혜 가득한 성전 같고 24시간 간호사 상주하는 시설이 호텔 같다는 어머니 생각에 동감을 하기도 한다. 구원의 확신이 확실하신 어머니, 둘러보고 둘러봐도 감사할 것 밖에 없다 하시는 어머님이 존경스럽기도 하지만 자꾸 측은한 마음이 드는 것은 우리 모두의 모습이, 내일의 내 모습이 겹쳐 떠올라 보이기 때문일 게다. <미발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