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래구릉

2011.09.19 09:43

이주희 조회 수:64


모래구릉 / 이주희





    바람이여
    그 어딘가 벌판에 떨어뜨려다오
    나 모래알 하나로 가 얹히리라

    쌓여 있는 그들이 침묵하듯
    부서진 뼈들에 섞여
    세어도 끝없는 별들을 헤아리고
    뙤약볕 아래 묻혀가는
    무한의 모래들을 지켜볼 거야

    한 오백 년쯤이야
    후딱 지나겠지

    생애 마침표로 와 묻히는 사연은
    저 떠난 곳으론 돌아갈 수 없어
    그림자 그려놓고 사라지는
    신기루 같은 것인지도 몰라

    허물린 둔덕에도 여우는 굴을 파고
    전갈자리 짝 찾아가는 능선 너머
    하염없이 마냥 앞서 가는
    저어 긴 긴 세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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