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쇄

2011.09.25 05:23

정국희 조회 수:54




포쇄


일 년 중 책 말리기에 가장 좋다는
칠월 칠석 다음날
책 대신 하늘 밀어내고
눅눅한 이불을 넌다

자르르 윤기 도는 햇빛
우우 불씨 달고 달려들자
후줄근 배인 나른한 습성
이게 얼마 만인가
몸을 열어 힘껏 끌어안는다

음지에서 군입정으로 주워 먹던 햇빛
오랜만에 몸 깊숙이 파고들자
누워서만 지내던 핏돌들
경련 일으키며 먼 산을 흔들고
접혔던 관절들이
하늘을 훌쩍 들어올리는 순간
밤마다 뭉개져 생을 단련받던
뒤척인 소리들이 주루룩 쏟아져 나온다

휘모리 장단으로 퍼붓던 열기에
벌써 몸이 개운해진 듯
여기저기 붙어 있는 머리카락
고슬고슬 떨어내고 있는
금세 화사해진 얼굴이라니



포쇄: 음력 칠월칠석 이후에 행해지던 습속
서적들을 내놓고 햇볕을 쪼이는 행사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8859 나는 알고 싶다 배송이 2011.10.08 58
8858 꽃씨 한 알 정용진 2011.10.09 63
8857 ○ 작은 그늘 이주희 2011.10.10 55
8856 ★ 왜 시를 쓰냐고요? 이주희 2011.11.07 59
8855 감나무에 걸린 손수건 김수영 2011.09.26 43
8854 어미의 사계 지희선 2011.09.25 52
8853 ◈ 바람의 길목 이주희 2011.09.25 52
» 포쇄 정국희 2011.09.25 54
8851 불놀이야 이상태 2011.09.23 51
8850 단풍나무 김수영 2011.09.22 55
8849 가을 동화 이상태 2011.10.09 56
8848 ★ 모래구릉 이주희 2011.09.19 64
8847 겨울나무 안경라 2011.09.18 58
8846 초경 안경라 2011.09.18 60
8845 우리들의 이야기 / 김영교 김영교 2011.09.17 60
8844 주말같은 친구 / 김영교 김영교 2011.09.17 60
8843 그 나무 배송이 2011.09.16 56
8842 불치병 서용덕 2011.09.16 53
8841 여행 서용덕 2011.09.16 64
8840 그림을 읽다 구자애 2011.10.16 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