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의 무게
2011.10.03 14:35
고이 간직해온 화초들은 모두 밖에 두고
살도 없는 내 몸 다 뜯어먹는
벼룩 잡겠다고 집안 가득 독한 약을 쳤다
문 열어 환기시킨 후 들였음에도
다음 날 아침 죽어가는 화초들
밤새 독한 결심을 했다
떠나야 한다고
화들짝 놀라
아끼며 마시던 생수도 주고
다시 밖에 불러내어 맑은 공기도 마시게 했건만
성이 차지 않아
그동안의 사랑은 다 잊자며
새카맣게 죽어가는 잎들이
타들어가는 내 심장을 후벼 판다
길지 않은 날들이지만
니가 있어 웃음을 꽃피웠고
따스한 대화가 하루의 노곤함을 가볍게 해주었는데
어찌 너를 웃음으로 보낼 수야 있으랴마는
눈물 올가미를 만들 수는 없구나
나 또한 그 밤 마신 약기운으로 독하게 너를 보내마
행복의 무게보다
이별의 무게가 더 무겁다는 걸 알게 해준 너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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