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밤이 소리내다 / 김영교

2011.10.19 01:53

김영교 조회 수:42

길게 누워
잠들어 있던
적막
기지게 편다

정지된 시간들이 깨어난다
포복한 침묵이
철썩 눈 뜨는 소리
터질듯 둥근 파도
섬에 오른다

헹굼의 반복이 씻김을 내려
창세기 전 이야기 교교히

잡힐 듯
환함에 일렁이는 물빛 살결
절정의 포말 신음 쏟아 부으면
열리는
앙 다물었던 겁(劫)의 입술

검고 단단한 흑진주 이빨들
밤바다 씹고 삼켜
핥아서 반질거리는 언어

흘러
충천(衝天)
내 가슴 해안선에
달밤이 소리내어 울다

-남해 거제도 학동 몽돌 바닷가에서-
(퇴 사민방 12월 5일 2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