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시 감상) 보오들레에르 - 유정
2011.12.25 19:35
내 책장의 먼지 속에서 삼십년
그 형형(炯炯)한 눈을 부라리던 당신은
온다 간다 말없이 자취를 감추었다
그 눈초리 살펴가며 내가 써온 서정시
배고프다 쓸쓸하다 눈물 섞어 써온 시
그 싯줄 웬일인지 뚜욱 끊어지면서
날로 의아스럽던 당신의 실종(失踪)은
오오 인제 분명하거니 우리 마누라헌테
집 없어 죄 없는 시우(詩友) 박모군이
하룻밤 유숙(留宿) 끝에 밥도 못 얻어 먹고
허이여니 쫓겨나가던 바로 그날부터로구나
보오들레에르 보오들레에르 틀림 없는
나의 손때 익은 얼굴의 당신과
여기 이 고서점 점두(店頭)에서의 이같은 해후(邂逅)!
떨리는 내 얇은 손은을 그러나 그 형형한
눈초리는 흘깃 흘겨보자 한다는 소리가
- 가긍(可矜)한 한국 시인아 넌 또 누굴 꾀차갖고
왔느냐 그 눈물겨운 서정시ㄹ 쓰기 위해?
댓글 0
|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 9079 | 벤치에 앉아 있는 노인 | 윤금숙 | 2011.12.28 | 42 |
| 9078 | 단풍은 다시 물 들지만 | 윤금숙 | 2011.12.28 | 50 |
| 9077 | 할미꽃 간호사 | 윤금숙 | 2011.12.28 | 56 |
| 9076 | 머사니 | 윤금숙 | 2011.12.28 | 51 |
| 9075 | 물방을 | 정국희 | 2011.12.28 | 44 |
| 9074 | 미국이야기- 제8막 (미국의 북극성) | 김학천 | 2011.12.27 | 45 |
| 9073 | Paper Coffee cup | 동아줄 김태수 | 2011.12.26 | 43 |
| 9072 | 선물교환 | 장정자 | 2011.12.26 | 39 |
| 9071 | 문장만들기 십계명 - 남상학 | 지희선 | 2011.12.25 | 50 |
| » | (명시 감상) 보오들레에르 - 유정 | 지희선 | 2011.12.25 | 52 |
| 9069 | 송년에 띄우는 | 이상태 | 2011.12.25 | 53 |
| 9068 | 나를 위한 선물 | 이영숙 | 2011.12.24 | 46 |
| 9067 | 친구야, 친구야 | 장정자 | 2012.04.12 | 53 |
| 9066 | 네번째 현자 | 김학천 | 2011.12.27 | 50 |
| 9065 | 플라톤의 행복조건...한국일보 | 김인자 | 2011.12.23 | 49 |
| 9064 | 가련한 예수를 위하여ㅡ크리스마스 이브에 올리는 시 | 이승하 | 2011.12.23 | 45 |
| 9063 | 감 | 김수영 | 2012.11.22 | 62 |
| 9062 | 왜 그래야만 했나요? | 김영교 | 2011.12.23 | 47 |
| 9061 | 내안의 정원하나 | 김영교 | 2011.12.23 | 47 |
| 9060 | 세 쌍둥이 難産, 보람으로 이룬 한 해! | 김우영 | 2011.12.21 | 4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