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etry Lovers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1-2월호

달빛이 나른 짐 속엔

                                  조옥동

서늘한 바람이
많은 짐을 부려놓았다
여러 곳을 얼마나 멀리 돌아서 왔는지
낡은 꼬리표 주렁주렁 매달고 있다

소나무 가지 높이 앉아 지켜보던 환한 달빛이
가만가만 내려와 짐들을 나르다
멀리서 온 것들 차례로 창가에 내려놓고
숲속으로 슬며시 물러가고

꿈이라 쓰인 짐을 맨 먼저 만지다
보낸 자와 수신인의 이름, 주소가 똑같다
받는 사람의 이름이 낯익은 글씨로 쓰여 있다
먼 길 고단한 졸음으로, 때로는 길을 헤매느라
잃어버린 짐들, 달빛 속에 감춰진 진솔함까지
낙엽이 굴려서 찾아 주다

그들의 매듭 하나하나 풀어내는 설레임이
지나간 풍경을 만지다 조금씩 버린다
갈수록 먼 길에선 짐을 가볍게 덜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