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2012 미주중앙일보 '이 아침에'


마음의 끈을 다시 동여매고
                                                                         조옥동/시인

‘서두르지 말고 차근차근하게, 그 날 일은 미루지 말고 당일에 끝내자.’ 정초에 스스로 한 약속이다.

일상생활을 돌아보니 주변을 세심하게 살피고 숙고하며 궁리했더라면 잊거나 실수하지 않고 더 잘 할 수 있었다는 후회가 생겼다. 때로는 쫓기다시피 건성건성 처리한 일들도 있다. 매일 당연히 할 일을 이런저런 이유와 핑계를 대며 미룬 적도 많다. 이렇게 반성하고는 거창하고 그럴듯한 플랜을 세우는 일보다 실천이 중요함을 깨닫는다.

다른 사람들은 직장에 다니면서 살림도 윤이 나게 잘하는데, 나는 가족이 좋아하는 반찬을 만들어 식탁에 올리는 일조차 정성을 쏟지 못했다.
아이들이 한 창 자랄 때는 더 자주 맛있는 간식을 만들어 주지 못하고 일하는 엄마라고 스스로 위로하였던 일, 또 그들에게 예쁜 옷을 입혀서 더욱 멋있게 해주지 못한 일들이 미안하고 아쉽다.
학교수업이 끝난 후엔 열심히 미술이나 음악 레슨에 데리고 다녔고, 운동을 시키며 좋은 학교에 보내는 것으로 만족했던 시절, 젊은 엄마였던 나는 아이들과 똑같이 성숙하지 못했었다.

대학을 졸업하자 직장생활을 시작할 때는 훗날 조리법, 꽃꽂이를 배우고 실내장식도 공부하여 주부로서 누구보다 살림을 잘 할 수 있으리란 생각을 했다.
연륜이 쌓아지고 생활이 윤택해지면 여행과 운동은 물론 스스로를 멋있게 가꿀 뿐만 아니라 도움을 원하는 사람들과 함께하리라는 희망을 가졌었다.

아무리 좋은 생각일망정 그때 당장 실행에 옮기지 않으면 헛된 꿈을 꾼 것만도 못하다. 이젠 나이를 내세워 건강을 염려하여 좀 창의적이고 자기개발을 위한 일에 도전할 확신과 욕심도 줄고 있다.
본래 솜씨도 없고 집안 살림에 익숙하지 못한 나는 가사를 알뜰하게,  집안을 아름답게 가꾸며 사는 친구들이 많이 부러웠다. 올해엔 감당하기 벅찬 계획을 세워놓고 실현하지 못한 후회를 또 하느니 작은 일이라도 실천하며 내 자신에게 부담을 주지 않기로 했다.

평소에 말씨도 느리고 행동도 민첩치 못해 ‘충청도산’ 이란 탓을 듣지만 이제부턴 더 고향 토산품답게 서두르지 않고 많은 일에 욕심내기보다 하나라도 온전하게 행하고 싶다.

많은 사람들이 흑룡의 역동성, 창의력을 앞세워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며 큰 꿈을 품고 임진년 희망의 새해를 시작했다. 어느새 첫 한 달이 미끄러지듯 지나갔다. 연 초의 계획을 확실히 실천하겠다는 마음의 끈을 동여맨다.

아내를 돕는다며 식탁에서 비운 그릇을 싱크대까지 옮겨놓고 설거지도 거두는 백발에 가까운 남편의 변한 모습 때문에도 정성들여 식탁을 차리고, 걷기와 요가를 하고, 성경을 읽으며, 시 한편을 쓰는데도 다듬고 다듬을 것이다.

2012년은 '그릇된 것을 깨뜨려 없애고 바른 것을 드러낸다.' 는 뜻의 '파사현정(破邪顯正)'을 사자성어로 꼽았다고 한다.
미국과 한국은 총선거를 하는 해로 가장 중요한 인물을 선출하는데 이 일부터 정확한 판단으로 투표에 꼭 참여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