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투 스티커
2017.03.14 01:57
젊은 애들하고 일을 하다보니, 선물도 앙증스럽다.
아침에 라커룸을 여니, 조그만 카드가 나를 빼꼼히 쳐다 본다.
그 속엔 큐피트 화살을 든 타투 스티커가 들어 있었다.
누가 보낸 거지?
처음엔 다른 라커룸에 들어갈 게 잘못 들어 왔나 싶어 요리조리 돌려 봤다.
그런데 분명 "To Sunny 라고 내 이름이 적혀 있다.
보낸 이는 캐롤라인.
20대 한국 아가씨로 여기서 태어나, 한국말보다 영어가 더 편한 아가씨다.
과묵한 성품이라, 겉으로 보기엔 그다지 살갑게 보이지 않는 모습이다.
그런데 생각지도 않게, 발렌타인스 데이 선물로 제 마음을 표시해 주었다.
평소에, 훨씬 더 정 주고 받는 친구들도 무심히 지나갔건만 캐롤라인이 나를 생각해 주다니!
나는 얼른 라커룸을 나가 캐롤라인을 찾았다.
그런데 오늘따라, 빨리 퇴근하고 없단다.
클래스가 있었나?
빅 허그를 해 주고 싶었는데 아쉽다.
요즘 들어, 며칠 째 감기로 고생하길래 몇 마디 따뜻한 얘기를 건네 줬을 뿐인데 그것이 고마웠나.
난 앙증스런 카드를 열어 그 속에 들어있는 스티커를 꺼냈다.
물에 적셔 손등에 꾹 눌러 붙였다.
통통하게 살이 오르고 백옥같이 하얀 손등이었으면 오죽 좋을까.
인생의 연륜이 고스란히 기록된 손등에 붙여 보니 별로 태가 나지 않는다.
그러나 본인이 없어도 고마운 마음을 기억하며 붙여 보았다.
빙 둘러가며 손등에 붙인 타투를 보여줬더니, 입 서비스 잘 하기로 소문난 미국 친구들이
"Wow! So cute!" 하며 너도 나도 한 마디 한다.
이렇게 해서, 또 한 번 함박 웃음을 날리며 잠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내일, 캐롤라인이 오면 Big Hug를 해 줘야겠다.
댓글 0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788 | 새벽 꽃시장 | 지희선 | 2007.12.23 | 827 |
787 | 수필 - 멀고 먼 알라바마 | 서경 | 2018.08.25 | 823 |
786 | 눈물은 성수입니다(후기가 있는 마지막 수정본) | 지희선 | 2010.09.15 | 821 |
785 | 함께 나누고 싶은 동시(발표문) | 지희선 | 2008.11.20 | 790 |
784 | 시가 있는 수필 - 램프의 시/유 정 | 지희선 | 2010.09.15 | 782 |
783 | 4기 독서 지도사 봄 학기를 마치며(발표문) | 지희선 | 2009.06.07 | 782 |
782 | (포토 에세이) 달맞이꽃 - 사진/김동원 | 지희선 | 2012.10.02 | 778 |
781 | 윤동주- 삼행 시조 | 지희선 | 2008.08.03 | 778 |
780 | 가난 속에 핀 꽃들 | 지희선 | 2008.07.30 | 775 |
779 | 더불어 사는 삶 | 지희선 | 2010.01.11 | 769 |
778 | 배터리가 다 된 줄 어떻게 아는가? | 지희선 | 2010.07.07 | 752 |
777 | 꿈의 소궁전 | 지희선 | 2007.04.18 | 751 |
776 | 지희선 수필선 12편(수정본) | 지희선 | 2012.11.02 | 745 |
775 | 65. 고지게 다나가고 - 띄어쓰기 | 지희선 | 2011.11.13 | 745 |
774 | 시조 - 산타 모니카 해변에서* | 지희선 | 2007.12.22 | 740 |
773 | 라일락 꽃 향기에 | 지희선 | 2007.12.23 | 733 |
772 | 글쓰기 공부 - 묘사 | 지희선 | 2011.11.13 | 722 |
771 | 산 개울 | 지희선 | 2010.04.07 | 715 |
770 | 포토 시 - 한 송이 꽃 | 서경 | 2018.08.08 | 714 |
769 | 61.노루모액 아세요? | 지희선 | 2011.11.13 | 7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