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값
2012.02.22 01:51
나이 값
나이가 드니 말이 헛나온다
생각과 말이 따로 놀아
생각은 5번 길인데
말은 그 옆길 10번으로 나온다
입은 말을 기억하지 못한다
몇십 년 밥 먹듯 해온 말을
고분고분 정갈하게 하지 못하고
일랑절랑 너픈너픈 딴 말을 내뱉는다
다 시간 탓이다
시간이 몸에 무늬를 새겨 넣은 탓에
입에 침이 마르면서
달달한 것이 땡기고
뜨뜻한 아랫목이 받치더니
오장육부가 헐거워졌나 보다
오랫동안 소통되던 기관들이
제 기능을 기억하지 못하고
딴 짓을 똑똑하게 한다
공로 없이 나이 든 것도 서러운데
고매한 말은 못할망정
엉뚱한 말이 잔망스럽게 튀나오니
민망한 심신이
저 혼자 불안하고 창피하다
아무래도 나이 값을 치루지 않고
거저먹은 탓일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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