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소통에 대하여
2012.04.21 14:06
사랑과 소통에 대하여
"소통은 인위적으로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상호간 꾸준한 대화와 설득을 통한 노력으로 얻어지는 것인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이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
근간 방귀께나 뀌는 사회적 ‘잇빨’들이 흔히 쓰는 어록중의 하나이다. 또한 신문 방송을 보더라도 ‘소통’이란 단어가 세간에 자주 인용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쓰기는 똑같이 쓰이지만 이 단어의 뜻은 각각 자신이 처한 입장과 지향점에 따라 전혀 판이하게 사용하며 해석된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촛불과 함께 청계천 광장에서 외쳐지는 ‘소통’과 뜨거운 갑론을박이 있을수밖에 없는 정치판에서의 ‘소통’ , 그리고 남녀간의 사랑에 대한 ‘소통’이 각자 다르듯이…
연극배우 손숙씨는 언젠가 이런 얘기를 쓴적이 있다.
“일반적으로 결혼식을 가게 되면 예나 지금이나 주례사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불멸의 레퍼토리가 있다, 즉 부부 일심동체ㅡ 사랑으로 ‘둘이 하나’가 되라는 말이 바로 그것인데,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이 말에 대해서는 으레 그러려니 하며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버리고 만다. 왜냐면 사람들은 처음엔 부부가 하나가 되는 것이 바로 진실한 사랑이라고 생각 하지만, 차츰 사랑에 대해 관조할 만큼의 세월을 살다 보면 나중엔 이에 대해 조금 다른 생각을 하게 되기 때문이다” 라고.
그리고 그녀는 이렇게 의문을 던졌다.
'자신을 버리고 얻은 부부 일심동체, 그것이 사랑일까? 그건 결코 사랑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사랑하는 사람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은 그와 내가 얼마나 다른 사람인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 사람이 나와 다르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면 둘 사이에 진정한 소통이란 있을 수 없다'고.
그리고 그녀는 '사랑하는 사람끼리의 소통이란 적어도 두 사람이 가치관이 다르고 환경이 다르며 인식이 다를 수도 있다는 전제를 서로 인정해 줄 때 비로소 가능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말하자면, 사랑을 시작할 때 가장중요한 것은 둘의 차이를 분명히 인식하는 것이고, 그리고 그 차이를 인식했다면 그때 비로소 소통이 시작되는 것이라고ㅡ. 확대 해석하면 사회적 조직도 이와 다름이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하나’란 무엇일까.
사람들은 태어날 때부터 성격도 취향도 식성도 모두 다르다. 학교에 다니며 친구를 만나고 사회생활을 하면서 그 다른 점은 더욱 커지게 된다. 더군다나 요즘같이 개성을 필수 아이템으로 강요받는 시대에선 그 차이가 더욱 두드러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연인끼리든 부부끼리든 또는 같은 이념의 한 조직체이든 그들에게 소통은 맹목적인 ‘일심동체’가 아니라 서로가 서로의 다름을 이해하는 그것이 바로 진정한 ‘소통’인 것이고 ‘사랑’인 것이다.
서로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고 그 차이점을 이해하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화해하고 흩어졌다 다시 만나는 그런 소통과정이 우리에겐 너무나 필요하지 않을까? 왜냐면 사랑이란 두 사람의 맹목적 일치가 아니라 완벽한 소통으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소통이란 그 차이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둘 사이의 이질감을 이해하는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것ㅡ. 그렇지 않으면 둘 중 하나가 자신을 버리든지, 아니면 소모적인 다툼의 연속으로 인생을 헛되이 살든지 양자택일을 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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