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해 봄도 그랬다

2012.05.11 08:57

이영숙 조회 수:0


봄이면 변함없이 고운 자태 드러내며 활짝 피는 자카란다
핀 적도 없었는데 지고 있다
지난해 봄 이후 본 적 없다
오늘 아침 맥아더 공원을 산책하며 보니 자카란다 나무에 잎이 났다
꽃은 띄엄띄엄 눈에 뜨일 뿐이다
다가온다는 말 없더니
사라진다고 고한적도 없었는데 어느덧 내 곁에서 멀어지고 있다
봄마다 활짝 핀 모습으로 나를 기쁘게 하고
그 요염한 자태로 내 눈을 황홀지경에 몰아넣던 저 자카란다
엘에이 처처에 깔려있어
굳이 보겠다고 마음먹지 않아도 저절로 내 눈 속에 들어와 자리하는 꽃
수만의 보랏빛 나팔로 팡파르 울리며 해마다 봄을 알리더니
올해는 왜 그리도 조용했는지
30여 년 응어리 맺힌 배신감에
꽃이 진 나뭇잎에 대고 눈을 흘겼다

그때 그 사람도 그랬다
다가온다고 예고한 적 없었다 그랬기에 곁에 있는 줄 몰랐다
이별을 귀띔하지 않았다
문득 내 눈에 들어 온 옆자리의 빈 의자
시린 바람이 뼛속 깊숙이 후려치던
그 해 초봄 어느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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