젖내(견공시리즈 122)

2012.05.19 03:40

이월란 조회 수:0




젖내 (견공시리즈 122)


이월란 (2012-4)


거울 앞이나 옷방을 종종거리는 동선으로 외출을 짐작하는 요놈이, 엄마랑 같이 가볼까? 라고 말해주면 일자로 꼿꼿이 서서 꺅꺅 짖어댄다. 나도 갈래요, 제발 나도 갈래요.

요놈아, 네 털갈이하러 간다, 널 두고 갈순 없지. 차창 밖의 질주에 헥헥거리다가 낯선 유리문 벨소리를 넘어서면, 죽을힘을 다해 매달려 있던 고놈을 떼어놓고 집으로 온다. 찰카닥, 열리고 닫히던 철창문 소리.

전화벨 소리만 기다린다. 전화벨이 울리면 화창한 봄날이지만 스카프로 목을 친친 감고 가야한다. 이산가족 상봉 장면은 언제나 처절하기 짝이 없다. 막 깎인 날카로운 손톱으로 내 목을 사정없이 할퀴던 고놈, 스카프를 곁에 두고 전화를 기다린다.

어린 아기가 내 품을 떠난 뒤, 다시 느껴보지 못했던 비린 젖내가 떠다닌다. 이 기다림 속에서는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9179 초보운전 이월란 2012.05.19 0
9178 말하는 옷 이월란 2012.05.19 0
9177 Rent-A-Dog (견공시리즈 123) 이월란 2012.05.19 0
» 젖내(견공시리즈 122) 이월란 2012.05.19 0
9175 The Allegory of the Matrix 이월란 2012.05.19 0
9174 Disabilities in History 이월란 2012.05.19 0
9173 ◈ 어쩌라고 이주희 2012.05.18 1
9172 ○ 미친 각시 이주희 2012.05.18 1
9171 휴양지 김우영 2012.05.16 0
9170 절규 성백군 2012.05.16 0
9169 빗소리 야 이상태 2012.05.15 0
9168 Benjamin Yun @HoonDDS 윤석훈 2012.05.15 0
9167 원죄 윤석훈 2012.05.15 0
9166 춘정 동아줄 2012.05.15 0
9165 사발면 이상태 2012.05.13 0
9164 어느 장례식장 이상태 2012.05.13 0
9163 황선만 작가 7번째 수필집 팬 사인회l 김우영 2012.05.12 1
9162 매듭 김영강 2012.05.12 1
9161 별이 쏟아지는 미국에서 제일 높은산 이상태 2012.05.11 0
9160 그 해 봄도 그랬다 이영숙 2012.05.11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