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 주검을 본다 외 1편

2012.09.28 12:29

sonyongsang 조회 수:0

          나는 매일 내 주검을 본다          
            
           1                                                                                                              
                                                  손  용  상      
나는  매일                                                                                            
내  주검을 본다
시도 때도 없이

길을 걷다가
차를 마시다가
운전을 하면서도

사방에   널부러져 누워있는
내 주검을 본다.

계단을  오르며
아파트의   현관을 따며
텅빈 거실 한 켠에 모여
장난스레  자글거리는  
현란한 햇살들을 응시하다가도

나는 문득
그  곁에 누워있는 내 주검을 본다.
        
          2

나는 매일
내 주검을 본다
낯이건  밤이건

책을  읽다가  TV를  보다가
발등을  타고  오르는  손주 녀석을  얼러다가도

나는 웬지 서러워지며
소파 옆에 좌불처럼 굳어있는
나의  주검을  본다.

어떻할까?
이렇게  삶이  소리없이 스러지면
읽고 싶은  책들은 어찌할까

고사리   손으로
할애비  얼굴을  간지르는
손주녀석  보고 싶어 또 어떻게  할까.
            
          3

나는 매일
내 주검을 본다
동.서.남.북도 없이

잠을 자거나
명상을 하거나
어쩌다  나와 눈이 마주치면
가끔씩 혀를 차는 아내를 바라보다가

나는 깜짝  
내  주검을 느끼곤 한다.

아아, 이렇게 떠나면
서럽거나 정겹거나
망막에  남아있는 하많은 사연들은  다 어쩌나

낙엽됨이  서러워
쉼없이 고시랑거리는
창밖의 저  금빛 이파리들에게는
이제  또 뭐라고 일러주나?

          4

나는 매일
내 주검을 본다

시도 때도 없이
낯과 밤도 없이
동.서.남.북도 없는 곳에서

나는  민들레꽃  씨앗처럼
영혼을  풀풀  날리며
내 주검의 주위를 맴돈다

누군가
빈 육신을 에워싸며
오열을 삼키는 모습을 지켜보다가

비로소  나는
지금껏 삭이지 못했던
지난 세월의
맺혔던  恨을 삼킨다.

*메모: 가을 어느날  창밖을 내다보다가 정말 귀신에 홀린 듯 문득 나무 밑에 기대앉은 내 주검이 보이는 착시 현상이 있었습니다.  순간적으로 억울키도 하고 서럽기도 했던 그 느낌을 끄적여본 넋두리였는데, 웬지 이것이 나의 遺詩가 될 것같은  마음이 생겼습니다. 갈 때가 되얐나 싱거운 생각도 들었습니다. ㅋㅋㅋ.



              옷 수선집 아저씨

발 틀의 페달을 빏으며
하필이면
木月을 떠올리다

그는
구름에 달 가듯
남도 삼 백리를 걸었고

나는
그냥 덜 덜 덜
발목만 움직이며 세월을 돌린다

木月의 길목에는
술 익는 마을이 있었지만

나의 세월 속엔
길고 짧은 삶의 흔적

꿰맸거나 뜯었거나
바늘 자국만 선명하다

하지만
어쩌다 혹
아물지 않는 상처 건드리면
새삼, 아픔 도질까 두려워

날마다
그 지워지지 않는 얼룩들만
살금 살금씩
어루만지고 산다



*메모 :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 미국사는 한인동포들의  직업중  비교적 많이 하는 일이 세탁소와 함께 옷 수선을 전문으로 하시는 분들이 많지요. 어느 날 그런 일을 하시는 분의 가게를  들렀다가 그분의 일하시는 모습에  문득 마음이 찡(?)해져  그냥  떠오른 시 한줄이었습니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