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10.30 02:03

정용진 조회 수:0


                    정용진 시인
세상은
씹고 씹히는 재미로 사는 곳이다.

국민들은
대통령을 씹고
사원들은 사장을 씹고
약자는 강자를 씹고
가난한 사람들은
부자들을 질겅질겅 씹는다.

딱 딱 딱
씹는 소리가 요란할수록
후련하게 풀리는 스트레스

우리들은
오십대엔 전쟁을 씹었고
육십대엔 가난을 씹었고
칠십대엔 독재자들을 씹으며 살았다.

날이면 날마다
아이들은 등굣길에
여인들은 설거지를 하며
껌을 벽에 붙였다 떼었다하며,
즐겨 씹었다.

너는 나를 씹고
나는 너를 씹으면서
입에 침이 마르고
오징어처럼 짠물이 빠지고
이가 시리도록 쩍쩍 씹으며 살았다.

이세상은
침을 튀기며 칭찬하고 싶은 사람과
입이 아프도록 욕을 하고 싶은 사람들이
어깨를 서로 비비면서 사는 곳이다.

껌을
너무 씹어서 이가 아프고
입에서 신물이 난다.

아하, 잠시 쉬어야겠다.